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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인생은 자식이 누릴 가치^^
홍승표
2024. 5. 27. 13:31
자식 인생은 자식이 누릴 가치^^
"아버지! 은기가 저보다 할아버지가 더 좋데요!"
어느 날, 며느리가 뜬금없이 한마디 던졌습니다.
"그럴 리가…?" "실제 상황이에요."
엄마보다 할아버지가 좋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지요. 손자의 속내가 궁금했습니다.
"은기야! 왜 할아버지가 더 좋아?" 손자에게 물었지요. "엄마는 잔소리가 많은데 할아버지는 그렇지 않아 좋아요"

어린 시절, 아버지는 제게 한 번도 공부하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지요. 공부를 못 하면 그걸 빌미로 농사일이나 도우라고 할 수 있지만, 공부를 잘하면 그럴 수도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제가 중학교를 졸업했는데도 고등학교 얘기는 전혀 하지를 않았지요. 저는 방과 후 농사일을 돕겠다며 고등학교엘 보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저 역시 하나뿐인 아들에게 한 번도 공부하라고 하지 않았지요. 다그친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잔소리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습니다. 아들이 입대하기 전날 저에게 ‘살아오는 동안 아버지는 한 번도 잔소리를 안 하고 크게 야단친 일도 없었지요. 그게 아버지의 교육 방법이라는 걸 나중에 깨달았어요.’라는 편지를 남겼지요.

부모와 자식은 천륜이라지만 서로 생각이 달라 실망하는 일도 생겨나고 갈등의 골이 깊어져 꽤 오래 냉랭함이 계속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언제나 들어와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집이고, 언제나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관계가 가족입니다. 어느 부모가 그렇지 않겠습니까만, 사실 생각대로 말이나 몸짓은 잘 따라주지 않는 게 현실이지요.
부모는 자식이 하고 싶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게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듣고 싶은 소리는 ‘우린 너를 믿는다. 우린 언제나 네 편’이라는 말보다 부모의 웃음소리라고 하지요. 그런데 자식 앞에선 어른 노릇한다고 엄하게 대하는 게 보통 부모들의 몸짓입니다.
어릴 때는 잘 보호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요. 어느 정도 크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걱정이 돼도 모른 척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선택이 실패했을 때라도 자식에게 보냈던 신뢰를 깨서는 안 되지요. 이를 무너뜨리는 순간 자식은 실패를 딛고 일어서기 어렵게 되거나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됩니다.
자식의 선택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게 남에게 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지요.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 혹은 욕심을 버린다는 게 그만큼 어렵고 인(忍)이라는 글자를 수없이 되풀이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집착에서 벗어나야 하고, 그래야 자식도 자유로워질 수 있지요. 자식의 인생은 온전히 자식이 누려야 할 가치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