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생각하며
홍 승 표
세상을 온통 분노에 휩싸이게 했던 독도이야기가 무더위에 한풀 꺾인 요즈음, 그래도 독도는 신문 한구석에 너무 빨리 잊는 냄비근성을 원망하며 가끔 얼굴을 내 보이곤 한다.
이러한 가운데 독도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소중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묵호를 떠나 울릉도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 일찍 배에 올라 독도를 향하는 뱃길은 왠지 모를 작은 흥분이 가슴을 덥히고 있었다.
바다 길은 주인이 없고 가는 이가 주인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파도는 포말로 부서지고 지나던 한점구름이 유유히 바다 길을 따르고 있었다.
이윽고 얼굴을 마주보고 서있는 동도와 서도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동해바다의 수호신으로 떠올라 있는 독도는 그곳에 그렇게 서 있었다.
한 핏줄 한 형제로 살아온 그들은 마치 어머니의 젖무덤같이 푸근한 모습으로 마주보며 살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 숨쉬는 고향의 모습이기도 했다.
독도 땅을 밟는 순간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웃 섬나라 사람들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섬나라 로부터 독도에 대한 집착과 몰염치한 망언들이 난무하고 있는데도 국민적관심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가 없다.
독도는 아무 말이 없었다. 눈을 감은 채 그저 속절없이 서 있었다. 그렇다. 섬나라 사람들이 아무리 망말을 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진리를 터득한 듯 했다. 오히려 자기를 속이지 말라고 준엄하게 꾸짖는 듯 했다.
억겁 세월의 굴곡들이 돌이끼로 덮여있는 정상으로 하늘과 땅이 선명한 태극 깃발이 가슴속에 희망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문득 독도를 뒤덮고 있는 괭이갈매기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번뜩이는 눈망울을 굴리며 머리 위를 나는 갈매기로부터 대한의 하늘을 나는 갈매기, 돌이끼를 쪼며 소리치는 갈매기에 이르기까지 독도는 온통 그들의 세상이었다. 그리고 그 하얀 물결은 우리의 혼이 서린 백의민족의 기상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 동도와 서도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옹골찬 눈을 부릅뜨고 동해바다를 지킬 것이다. 괭이 갈매기들은 그곳에서 알을 낳고 다시 태어난 갈매기들은 짙푸른 동해바다를 휘돌아 날며 독도와 함께 살아 갈 것이다.
그리하여 동도와 서도는 논두렁 밭두렁 없이도 넉넉한 둘레 둘레마다 꽃을 피우면서 살아 갈 것이다.
영원무궁토록 대한의 자식으로 자랑스럽게 살아갈 것이다.
이물로 부서지는 파도 가슴으로 떠안으며 돌아서는 뒷전으로 마음은 독도를 부둥켜안고 돌아 설 줄 몰랐다.
이제 여름휴가가 절정을 이룰 것이다. 문득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올 여름휴가에 독도를 만나고 괭이갈매기가 되어 날아보는 것도 더없이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웬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