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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 물은 물

살면서 가장 많이 듣고 입에 올리던 말이 있지요.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궁지에 몰리면 무심하게 건네고 씩 웃으며 돌아서곤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 이순을 넘기면서 삶이 조금씩 익어갈 무렵에서야 다시 이 말을 곱씹어보기 시작했지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가야산 해인사에서 평생 수행하며 한 시대의 정신을 밝힌 성철 스님의 말씀은 짧지만 깊습니다. 그 한마디는 때로는 준엄한 꾸짖음 같고, 때로는 어버이의 당부처럼 다정하지요. 번개처럼 우리의 고정관념을 내려치는 힘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세상을 제 잣대로 재단하며 살아왔지요.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세상은 왜 이 모양일까.’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산은 그저 산이고, 물은 그저 물이라는 사실, 기대를 덧씌우지 않아도, 욕심을..

카테고리 없음 2026.11.04

받은 것보다 남기는 게 많기를

“직원들에게 좋은 약이 될 겁니다. 강의료도 성금으로 기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포천시청에서 명사초청특강을 마친 뒤 들은 말입니다. 명사라는 호칭은 과분했지만, 청중이 공직후배들이라서 기꺼이 응했지요. 평생의 공직경험이 누군가에게 길라잡이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했습니다. 강의료를 기탁한 이유지요. 시장과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그 저녁 한 끼는 강의료보다 훨씬 값진 보상이었지요. 돈으로 살 수 없는 마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공직자로 살면서 특강기회가 많았지요. 인재개발원과 시군, 사회단체에서 후배들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그때마다 강의료는 성금으로 기탁했지요. 특별한 신념이나 철학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국민세금으로 녹봉을 받는 공직자가 근무시간에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부수입을 챙긴다는 게 편치 않았기 ..

카테고리 없음 2026.10.26

선재길에서 만난 인생의 가을^^

깨달음과 치유의 천년 옛길, 오대산 선재길을 만났습니다. 단풍은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았지만, 가을 숲은 저마다의 빛깔로 익어가고 있었지요. 붉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잎 사이로 햇살이 내려앉고,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는 세월의 깊이를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한참을 걷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췄지요.'아! 내 인생도 가을이로구나!'젊은 날에는 봄이 좋았습니다.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는 설렘이 있었고,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갔습니다. 앞만 보고 걸었지요. 남보다 뒤처질까 조바심을 냈고,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잘 사는 길이라 믿었습니다.돌아보면 참으로 숨 가쁘게 살았지요. 얻은 것도 많았지만 놓친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앞서가느라 곁에 있는 사람을 살피지 못했고, 먼 곳을 바라보느라 ..

카테고리 없음 2026.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