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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길에서 만난 인생의 가을^^

깨달음과 치유의 천년 옛길, 오대산 선재길을 만났습니다. 단풍은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았지만, 가을 숲은 저마다의 빛깔로 익어가고 있었지요. 붉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잎 사이로 햇살이 내려앉고,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는 세월의 깊이를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한참을 걷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췄지요.'아! 내 인생도 가을이로구나!'젊은 날에는 봄이 좋았습니다.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는 설렘이 있었고,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갔습니다. 앞만 보고 걸었지요. 남보다 뒤처질까 조바심을 냈고,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잘 사는 길이라 믿었습니다.돌아보면 참으로 숨 가쁘게 살았지요. 얻은 것도 많았지만 놓친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앞서가느라 곁에 있는 사람을 살피지 못했고, 먼 곳을 바라보느라 ..

카테고리 없음 2026.10.15

아파트 평수와 사람의 품격^^

“여보! 현관 앞에 이게 놓여 있는데 뭐지?”퇴근길 현관 앞에 작은 병과 상추가 담긴 비닐봉지가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물었더니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가져다 놓은 매실액과 채소라고 했지요. 아파트 복도와 현관을 청소하던 분이었습니다. 아내와 동갑내기인 아주머니는 늘 온화한 얼굴로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넸지요. 아내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명절이면 작은 선물을 챙겨드렸습니다. 아주머니 역시 시골에서 농사지은 채소를 가져다주곤 했지요. 주고받은 것은 작은 선물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18층 언니하고 전에 청소하던 아주머니랑 점심 먹기로 했어요.”청소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그만둔 아주머니가 인근 아파트에 새 일자리를 얻었다는 것이었지요. 아내가 축하하는 마음으로 점심 자리를 마련했다는 겁..

카테고리 없음 2026.10.11

밥 한끼의 무게^^

“야! 너는 매일 점심시간에 어디 갔다 오는 거냐? 다른 짓하는 건 아니지?”“무슨 소리야. 집이 바로 옆이니 집에 가서 점심 먹고 오는 거지.”너른 고을 광주에서 자란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도시락을 준비해간 적이 없지요. 집이 학교와 가까워 점심시간엔 집으로 가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여섯 남매나 되는 자식들의 도시락을 챙기는 일은 당시 부모님 형편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지요. 집에 들어가 대충 꺼내 먹고, 먹을 것이 마땅치 않으면 잠시 쉬었다가 학교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가끔 친구들이 ‘같이 먹자’고 하면 못 이기는 척 도시락을 함께 먹었지요. 그럴 때면 평소 맛보기 어려운 다양한 반찬을 맛볼 수 있어 작은 행복을 느끼곤 했습니다.결혼 후 아들의 학창 시절, 도시락은 아내에..

카테고리 없음 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