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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양성의 보고, 칭화대학

홍승표 2008. 5. 26. 09:32
 

     인재양성의 보고(寶庫) 칭화대 연수

필자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중국의 칭화대(淸華大)에 5일간 연수를 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그동안 자매도시 방문이나 문화행사 교류, 여행 등으로 몇 차례 중국을 다녀왔지만 이번 연수는 정말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번 연수기간에 칭화대의 저명한 교수와 중국정부 상무부의 차관급 공무원으로부터 중국전반에 걸쳐 수준 높은 강의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911년 설립된 칭화대는 이미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대학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 수많은 석학들과 정치지도자를 배출했습니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은 최근 들어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후진타오(胡錦濤)주석과 우방궈(吳邦國)전인대위원장, 총리를 역임한 주룽지(朱鎔基)상무위원 등이 바로 칭화대 출신이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칭화대 출신 정치인들이 현재 중국정부 주요각료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질적으로 중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셈이지요.

 

칭화대는 부지만 6천ha(약1800만평)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과 5만여명이 상주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아시아연구원이 있는 등 많은 기업들이 있어 대학과의 협력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년 학부생 3300명과 석, 박사과정 대학원생 5천명을 모집하는 공룡 대학입니다.  그렇다고 칭화대를 아무나 들어 올수는 없습니다. 중국 본토는 물론 세계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든다는 것이지요. 특히 이공계는 천재들이 모여든다고 합니다. 칭화대 관계자는 하버드나 스탠포드대학보다 우수한 대학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의 정부조직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중국에는 800만명의 공무원과 당 조직과 사업단위기구에 근무하는 3,600만명을 합해 4,400만명이 정부의 녹을 먹으며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후진타오 주석은 이처럼 비대한 몸집을 줄이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28개 부처를 20개 안쪽으로 구조조정하고 환경보호와 국민의 복지, 사회보장부흥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수리부와 농업부를 통합하고 철도부를 기업화하며 출판사는 기업화하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지요. 정부의 재정부분도 축소하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반발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어느 곳이나 밥그릇을 지키려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IMF사태로 위기를 겪을 때 중국은 금융개방이 안된 상태가 충격을 별로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 30년간 10%내외의 고도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그리고 지금은 정치적으로도 매우 안정돼 있다고 합니다. 마오쩌뚱(毛澤東)시대에는 군력을 한사람이 절대적으로 행사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것이지요. 지금은 정치국 상무위원7명이 협의해서 결정하고 추진하기 때문에 권력의 균형이 유지되고 권력의 독단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까지는 법치(法治)가 아닌 인치(人治)로 이루지고 있다고들 하지요. 사회주의가 안고 있는 속성이기도 합니다. 성장(省長)같은 지방 관료를 정부에서 임명하는 것도 인치의 산물인 셈이지요. 이처럼 모든 권력의 중심은 중앙정부에 있습니다. 개혁의 주체도 중앙정부인셈이지요.

 

그러나 중앙정부의 결정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정책결정전에 반드시 지방의 실정을 듣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지요. 자연생태환경의 보전이나 지방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독자적인 시책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조위에서 지방행정의 수장인 성장들은 중앙정책이 지방실정에 맞지 않으면 100% 실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중앙정부로부터 사실상 임명받은 성장이 중앙시책을 뒤엎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민의견수렴이나 민간의 참여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6천만명이 넘는 공산당원들이 민의를 대변하고 있고 근로자들과 사회단체들의 여론도 수렴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정부로부터 100%재정을 지원받는 근로자나 사회단체의 발언권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는 생각이듭니다.

 

어쨌거나 중국은 이 같은 체제아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속적인 개혁과 개방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지난 30년간 수많은 외자를 유치해왔고 이미 10년 전부터 매년400억달러 이상의 외자유치 실적을 올렸습니다. 지난 2002년에는 500억달러를 돌파하더니 지난해에는 무려800억달러 이상의 외자를 유치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세계2위에 해당하는 정말 대단한 일이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수출입 규모가 세계3위로 올라섰습니다. 대외 수출입 흑자규모도 2003년 260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300억달러에 가까운 흑자를 기록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중국은 세계의 유수한 인재들이 경쟁하는 곳이자 매년100만명에 육박하는 석, 박사들이 배출되는 곳입니다. 더구나 중국의 인재들은 외국으로 나가지도 못합니다. 중국의 저력은 날로 막강해질 것입니다. 중국의 롄상(聯想)이라는 기업이 IBM의 PC업무를 합병할 때 외국인들로부터 뱀이 코끼리를 먹는 것과 같다는 혹평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성공적인 인수합병사례로 평가된다는 것입니다. 외국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수준을 높이고 이를 토대로 산업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인 셈이지요. 이처럼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합병도 세계7위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쌍용자동차도 그랬었지요.

 

중국은 대외흑자규모가 크고 자본 유동량이 초과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엄살입니다. 행복한 고민이지요. 그러나 GDP의 대외무역의존도가 63%로 미국이나 일본의3배가 넘는 것은 큰 부담이기도 합니다. 국제시장이 흔들리면 중국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를 공급받는 미얀마를 위해 미국이 미얀마를 간섭하는 건을 반대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지요. 최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도 이와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제 중국은 외자유치도 노동집약형에서 기술 집약형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외국기업을 위한 감세제도를 철폐하고 조세를 단일화(兩稅統一)해 중국기업과 같이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노동 임금도 크게 높아지고 신규노동 계약법이 시행돼 회사에서 보험금등을 부담하게 돼 생산원가도 높아졌습니다. 값싼 노동력을 보고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철수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끔 우리나라 기업들이 야반도주(夜半逃走)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기도 하지요. 이들 대부분은 기술수준이 낮은 제조업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이러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행위에 대해 비겁한 일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 정부에서 보상을 해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부끄러운 일임엔 틀림이 없습니다. 한국은 중국에 대외투자의 70%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야반도주가 주는 영향이 결코 좋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중국은 산업구조와 기술수준을 높이고 지역 간 균형발전과 지방경제의 활성화 서비스 형 정부와 조화로운 사회건설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쏟고 있습니다. 지방정부도 외자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은 방대한 시장과 풍부한 인적자원 지속적인 고속성장추세 등 경제성장의 동력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연해지구에서 중부와 서부지역으로 경제동력을 옮겨 지역균형발전을 이룬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중국 상무부의 고위 관료는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된 국가이면서 역사적, 전통적으로 유서가 깊고 상호 보완성이 높아 좋은 파트너가 되고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기술력이 뛰어나 13억 중국시장을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원자바오(溫家寶)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는 것이지요.

 

중국은 이미 경제대국입니다. 그렇다고 바로 선진국으로 인정받기는 이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주의라는 정치상황은 접어두고라도 사회, 문화적 가치와 수준이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제력이 뒷받침되면 이러한 가치와 수준은 수직 상승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듭니다. 이제 머지않아 중국은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할 것입니다. 이러한 중국과 함께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일 그것이 우리나라가 당면한과제가 아닐까합니다. 중국은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할 태산이자 함께 가야할 동반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