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함평가자
홍 승표
중국 송나라시대 도가(道家)의 대표적 인물 장자(莊子)는 도(道)를 만물의 근본으로 생각했던 자연주의 사상가이지요. 그가 어느 날 꿈속에 나비가 되어 꽃과 나무사이를 자유로이 날아다녔는데 꿈에서 깨고 나서도 자신이 나비인지 나비가 자신인지 비몽사몽이었다고 합니다. 나비와 자신이 하나가되니(物我一體) 만물은 결국 하나의 세계(同一个世界)인 셈이지요. 나비가 된 장자의 이러한 꿈과 해몽이 오늘날에도 호접지몽(胡蝶之夢)이란 말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나비가 되어 날아다닐 수 있다면 정말 신나는 일이겠지요. 필자도 가끔 날아다니는 꿈을 꾸긴 하지만 나비가 되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필자는 꿈이 아닌 현실에서 나비가 되어본 일이 있습니다. 바로 함평나비축제 현장에서였지요. 필자는 그곳에서 나비가 되어 마음껏 날아다녔습니다. 꽃과 나무사이를 날아다녔고 풀꽃향기에 취하여 속세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싱그러운 5월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오래도록 나비가 되어 날아다녔지요. 참으로 오래간만에 풋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생각에 지금도 마음이 푸근하기만 합니다. 지난해에도 개막일 날 함평을 찾았었습니다. 그런데 첫날이라 엄청난 인파로 인해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떠밀려 다니기만 했었지요. 올해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폐막을 사흘 앞둔 행사 끝자락에 함평을 찾았습니다.
산등성이에 심어놓은 나비모양의 나무들은 이미 꽃이 지고 푸른빛 나비가 되어 엎드려 있었습니다. 올해는 함평 세계나비, 곤충엑스포라는 세계적인 행사로 준비를 했더군요. 지난해보다 어마어마하게 커진 행사장을 돌아보면서 참으로 대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11개의 주제관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더군요. 그만큼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다는 반증인 듯 했습니다. 함평은 인구가 3만8천여 명에 불과한 작은 자치단체입니다. 그런데 세계나비, 곤충엑스포를 준비해왔고 성공적인 행사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지요. 이번 행사를 통해 관광객 130만명과 수백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나비축제가 가져다준 함평의 브랜드가치는 상상하기 어려울정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시,도에서도 어려운 행사를 개최한 함평군의 저력이 그저 놀랍고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 축제는 많이 있습니다. 더구나 민선시대이후에는 축제라는 미명아래 수많은 지역행사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축제다운 축제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함평의 나비브랜드는 이제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 돋음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모방이 아닌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발상과 일관된 추진력이 가져다준 결실입니다. 방송국 PD출신의 단체장이 3선을 하면서 변함없이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축제를 준비한 것이 큰 요인이라고 합니다.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전임자의 시책을 흔들어 놓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이웃 자치단체들의 시책을 모방하는 것을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함평이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나비를 주제로 독창적인 행사를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나비하면 함평이라는 사실에 이론이 없을 듯합니다. 함평은 나비를 브랜드로 하는 각종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등 연중 나비 특수를 누리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나비브랜드는 이제 함평이 더 넓고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가는데 있어 더없이 좋은 날개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리고 함평군민에게도 더없이 좋은 삶의 환경과 경제적 가치를 안겨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렇듯 함평의 나비축제가 가져다주는 의미는 정말 값지고 소중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함평의 나비축제를 배워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