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지키는 사람
한국인 1호 우주인 이 소연씨는 우주정거장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11종의 씨앗을 가져갔다는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이번 실험은 지상에 있는 씨앗과 우주에서 방사선을 쏘인 씨앗의 성장과정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기 위한 것이지요. 이미 우주에 다녀온 씨앗은 실험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인류의존재요소중 먹 거리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사실에는 이론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먹 거리의 원천인 씨앗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들어 유가가 급등해 경제활동은 물론 국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유류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거의 모든 곡식이나 과일, 야채등도 대부분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먹 거리는 바로 국가안보와도 직결됩니다. 미래학자들은 멀지않은 장래에 식량을 둘러싼 인류의 처절한 다툼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많은 나라에서는 새로운 우량품종을 육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배고팠던 70년대 통일벼는 우리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 구세주와도 같은 종자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통일벼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배가 부르다는 방증인 셈이지요.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우리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먹 거리들은 대부분 수입품입니다. 만약에 이들 먹 거리를 수입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한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먹 거리의 원천인 씨앗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희박한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문제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종자를 판매하는 종묘회사의 대부분이 외국계 기업이라는 것이지요. 외환위기 직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묘회사의 대부분을 외국자본이 인수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당시 어려운 경제현실 속에서 기업을 지탱하기가 어려웠던 것이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농우바이오라는 종묘회사가 거액의 인수 조건을 뿌리치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회사마저 외국자본에 넘어갔다면 지금쯤 우리나라 씨앗 값은 외국인들의 손에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때 일신의 편안을 위해 회사를 매각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는 농우바이오가 있다는 사실은 정말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지요.
40여년전 이 회사를 설립해 오늘에 있게 한 사람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화성의 빈농에서 태어난 그는 집안사정이 어려워 중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 종묘상 점원으로 일하면서 씨앗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수원으로 내려와 종묘회사를 설립했고 오늘날 국내 랭킹 2위의 종묘회사로 발전시킨 것이지요. 물론 판로개척과 사업 확장을 위해 지구를 몇 바퀴나 도는 강인한 체력과 끈질긴 집념은 가히 신화에 가까운 일화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는 이 같은 공로로 훈장도 받았고 명예박사학위도 받았으며 화성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모 방송국에서 방송돼 화제를 모았던 “성공시대”를 통해 그의 진면목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요.
20여년 동안가까이 지낸 필자도 성공시대를 보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필자 역시 어려운 유년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고 그의 진솔하고 처절한 질곡의 인생이 더없는 감동을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금도 필자의 삶에 있어 좋은 본보기이자 교훈이 되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는 이제 중국과 미국, 인도네시아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성취와 자부심으로 더욱더 좋은 씨앗을 육성해주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국민의 생명줄인 토종씨앗을 지키는 그의 눈물겨운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