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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과 따오기

홍승표 2008. 6. 23. 13:58
 

            우포늪과 따오기

                                 홍 승표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로 시작되는 따오기는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였습니다.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즈음에 따오기는 어김없이 들판의 적막을 깨며 구성진 목소리로 우리들의 심금을 울려주곤 했지요. 하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따오기는 1979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따오기가 사라진 것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과 서식환경의 청정함이 훼손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희귀종으로 평가받는 따오기는 지금 중국 일부지역에서만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대통령께서 중국을 방문했을 때 뜬금없이 후진타오(胡錦濤)주석이 따오기 한 쌍을 선물한다고 해서 우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사실은 정상회담 전에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이지요.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인 우포늪이 있는 창녕군에서 수년전부터 따오기를 복원하기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청와대에도 수차례에 걸쳐 뜸부기복원을 건의 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열매를 맺게 된 것이지요. 우포늪은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동식물의 천국이자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손꼽히고 있는 곳입니다. 1억4천만년의 역사와 태고의 신비를 자랑하는 우포늪은 이미 세계적인 습지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포늪은 물을 담고 있는 면적만 231ha(약70만평)에 이르고 자연 생태경관 보전지역은 854ha(약260만평)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자연 내륙습지라고 합니다.

 

가시연과 자운영, 물 닭과 고방오리, 쇠살모사는 물론 날아다니는 것보다는 뛰어다니기를 좋아한다는 뜸부기에 이르기까지 350여종의 동식물들이 이곳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는 것이지요. 하늘의 밴텀기로 불리는 쇠 제비가 있고 밤의 황제로 불리는 수리부엉이 그리고 하늘의 신사로 불리는 고니도 있습니다. 여름밤이면 수많은 반딧불이가 우포늪을 보름달보다 환하게 밝히며 날아다녀 장관을 이룬다고 합니다. 큰 기러기와 수천, 수만의 가창오리 군무(群舞)는 가히 환상 그 자체라고 하더군요. 이들 철새 중엔 돌아가지 않고 아예 우포늪에 눌러 사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철새들에게 있어 우포늪은 생명한계선이자 먹이사슬의 마지막 보루인 셈이지요.

 

이곳에 따오기가 복원된다면 더없이 좋은 명소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미 우포늪에는 따오기 복원센터가 오는 9월말준공을 목표로 건립되고 있지요. 그때쯤 후진타오 주석이 따오기 한 쌍을 들고 우리나라를 방문할 것이고 그 따오기는 우포늪에서 자라게 될 것입니다. 우포늪은 해돋이와 해넘이도 절경이고 계절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감동을 안겨준다고 합니다. 늪은 홍수조절기능도 하고 수질정화기능도 하며 심미적인 가치와 레크레이션 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오는 10월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2008람사르(Ramsar) 총회가 우포늪을 중심으로 열린다고 합니다. 우포늪의 가치를 대변해주는 대목이지요. 람사르는 습지와 습지에서 서식하는 많은 생물들을 보전하기위해 만들어진 국제 환경협약 기구입니다. 이제 우포늪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람사르 총회 시 우리나라에서 멸종되었던 따오기를 다시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필자는 우포늪을 돌아보면서 자연의 소중함에 새로운 전율을 느꼈습니다. 최근에 한일 중 가장 소중한 일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우포늪을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가꾸고 보존해야 할 것은 너무도 많습니다. 그러나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보다 중요한일은 없을 듯합니다. 우포늪이 사라지는 날 우리의 생명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우포늪을 찾아 자연의 소중함을 배워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