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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접으며...

홍승표 2008. 12. 8. 14:36

 

 

 

한해를 접으며… 홍승표
나눌수록 넉넉해지고… 비워야 채워지는 진리되새길 때
   
한해의 끝자락이 유난히 을씨년스러운 세모(歲暮)에 어느 공직선배님으로부터 편지를 봐달라는 별난 부탁을 받았습니다.

"어렵다지요. 모두들 사는 일이 어렵다고 합니다. 경제가 도무지 풀리지 않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IMF위기 때보다 사는 것이 훨씬 힘들고 어렵다고 아우성을 치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오늘입니다. 걱정도 보통 걱정이 아닙니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되더군요. 그리고 "고통 받는 세입자분들의 마음고생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임대료를 내려드리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분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건물이 있지요. 생각해보니 도청에서 국장으로 일하시던 때도 같은 일을 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이른바 IMF위기 때도 선배님은 건물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의 임대료를 내려 주었지요. 그 때도 편지를 다듬어 드리면서 어려운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괜찮은 분이라는 생각을 가졌었습니다.

다시 한해를 접습니다. 세모엔 언제나 가슴이 텅 빈 것처럼 허전하고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때로는 가슴이 저리기도 하지요. 그것은 못 이룬 꿈들이 너무도 많이 남아 아른거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는 아닌 듯합니다. 많은 것을 누리던 사람들이 형편이 좀 어려워졌다고 해서 호들갑을 떠는 것은 사치에 불과할 뿐입니다. 마음을 비워야지요. 욕심으로만 가득 찬 마음을 비워보질 않았으니 현실이 암울하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모든 것이 비워야 채워지는 법이지요. 비워야 채워진다는 것을 가진 사람들은 모릅니다. 황금만능주의에 젖어 사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얼마든지 많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듯합니다.

올림픽 경기에 금메달만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세상엔 일등 인생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돈이 많다고, 권력이 있다고 모두 일등 인생은 아니지요. 오히려 돈이 많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행태를 걱정하는 국민이 많은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가진 사람들이 가진 만큼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지요. 돈이 많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이웃을 위해 국민을 위해 노력할 때 그 가치는 빛나고 존경을 받게 되는 법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지요. 가진 사람들은 그 나름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만 합니다.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금빛보다 별빛이나 달빛이, 다이아몬드 광채보다 눈부신 햇살의 아름다움이 소중하다는 걸 말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새로운 것을 찾지만 새로움은 마음속에 있습니다. 누구나 크고 넓은 길을 찾아 떠나지만 세상 모든 길은 마음속에 있는 법입니다. 어둠을 헤치고 빛을 찾아 헤매지만 마음의 빛이야말로 삶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는 법이지요. 비록 가진 것은 작아도 크고 넓은 마음을 지녔다면 그는 누구보다도 넉넉한 사람입니다.

흔히들 돈이나 권력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고들 하지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돈이나 권력으로 안 되는 일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누구에게나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어려운 이웃을 배려해주는 어느 공직선배에게서 살아가는 이유를 배우게 됩니다. 사는 것이 버거운 나머지 고귀한 생명마저 내던지는 사람들도 있다지요. 모두가 한번쯤 가진 것이 없어 추위에 떨고 있는 이웃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많은 돈을 기부한 천사 탤런트의 선행이 우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지요. 나누고 베풀 줄 알아야 합니다. 무조건 지키려고만 하다간 더 큰 것을 잃는 법이지요.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걸 말입니다. 나눌수록 넉넉해지고 비워야 채워진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지요. 한해가 저물어가는 지금이야말로 어떠한 삶이 정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인생인가를 곰곰이 곱씹어 볼 때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