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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하게 일하는 소처럼...

홍승표 2009. 1. 1. 12:23

우직하게 일하는 소처럼…
2009년 01월 01일 (목) 홍승표 webmaster@kyeongin.com
   
홍승표 (시인)
새해 새 아침입니다. 유난히 붉게 솟구친 햇덩이가 온 누리를 더없이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 감싸고 있습니다. 새롭습니다. 언제나 새해 아침은 늘 한결같이 새롭기만 합니다. 때로 하루하루가 같은 현상인데 숫자로 정해놓은 것뿐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긴 하지요. 하지만 하루하루가 매일 같이 느껴진다면 아마도 살아가는 일이 정말로 의미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오늘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꿈과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물며 새롭게 밝아온 올 한 해가 지난해와 같다면 그보다 끔찍한 일이 없을 듯합니다.

지난 한 해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거시경제는 접어두고라도 실물경제가 어려워지고 주머니가 가벼워져 사람들은 그야말로 텅 빈 가슴을 시커멓게 태우며 긴긴 하루를 보내곤 했지요. 문득 여덟 식구가 얼마 안 되는 논밭을 일구며 어렵게 살았던 필자의 지난날이 생각납니다. 끼니를 잇는 것조차 버거웠던 그때 우리 육남매는 커다란 그릇에 밥을 비벼 함께 먹곤 했지요. 물론 여섯 명이 먹기엔 부족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형과 둘째였던 필자가 동생들을 위해 가장 먼저 숟가락을 놓고 일어서곤 했었지요. 동생들도 먹을 것이 생기면 함께 나눠먹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비록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마음만은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넉넉함이 있었던 것이었지요.

세상살이가 다 이러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비록 우리네 삶의 환경이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지난날에 비하면 너무도 좋아진 것이 사실이지요. 그런데도 마치 당장 밥을 굶어야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정말로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라가 도와드려야겠지요. 지금은 어렵다고 엄살을 떨 것이 아니라 오늘의 어려움을 어떻게 하면 극복해 나갈 수 있느냐 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한 순간입니다.

우리는 IMF 위기를 짧은 기간에 훌륭하게 극복해 낸 경험이 있지요. 이러한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고 힘을 하나로 모은다면 오늘의 위기는 새로운 기회로 우리 앞에 다가올 것입니다. 그러려면 모두가 양보하고 나눌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만 합니다.

올 한 해가 삶의 가치가 높아지는 하루하루가 되려면 가진 사람들이 많이 나누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모범을 보여야만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가진 사람들이 더 욕심을 부리고 지도층이 모범을 보이지 못한다는데 있지요. 지난 연말 뉴스를 통해 국회에서 벌어진 황당한 일을 보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의 속이 뒤집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필자는 그 난장판 뉴스를 보면서 국회에도 불법건축물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해머와 전기톱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분명 불법건축물 철거 용역회사 사람들 모습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궤변을 늘어놓더군요. 어느 국민이 국가기물을 부수라고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선량한 국민이 그런 몰지각한 일을 했다면 벌써 구속되고 처벌을 받았을 것입니다. 지금은 모두가 뜻을 모으고 힘을 합해도 부족할 때인데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지요. 국민을 대표한다는 사람들이 서로 소통이 안 된다면 국민들은 누굴 믿고 살란 말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국민과의 소통을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지요. 그러고 보니 올해가 소띠 해입니다. 소처럼 우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올 한 해는 우리 모두가 제대로 사람답게 활짝 웃어보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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