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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와 구리

홍승표 2009. 1. 30. 09:34

하이닉스와 구리
2009년 01월 30일 (금) 홍승표webmaster@kyeongin.com
   
홍승표 (시인)
수도권 시민의 젖줄인 팔당유역은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자원입니다. 그만큼 팔당유역을 지키는 일 또한 더없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곧 수도권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이유로 규제에 묶인 팔당 상수원 수계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어왔습니다. 그나마 10년 전 한강수계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민들만 불편을 겪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기업의 고통도 말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천에 있는 반도체 공장 하이닉스가 바로 좋은 사례입니다. 세계반도체 업계 6위로 평가되는 하이닉스는 3년 내에 세계 3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50나노 이하의 고집적도 반도체를 생산하기위해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야심찬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복병을 만나 고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50나노 이하의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알루미늄 공정을 구리공정으로 바꿔야하는데 걸림돌이 생긴 것이지요. 환경관련 법령 등에서 팔당호 특별대책지역에서는 구리를 배출하는 시설의 입지를 규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은 시급을 다투는 첨단산업으로 투자시기를 놓치면 경쟁력을 상실한다는데 있습니다. 구리 공정이 허용되면 1개의 생산라인에서 당장 2천7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앞으로 3개의 생산라인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으로 최대 1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기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같은 최악의 경제 상황 속에 이만큼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천금을 얻는 것과 같은 일이지요.

물론 환경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먹는 물 문제를 소홀히 다룰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구리가 인체에 해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된 사실입니다. 먹는 물 관리법에 따르면 음용수 수질기준은 1PPM 수준이고 구리에 관한 내용은 없습니다. 국제적으로도 구리는 일반수질오염 물질로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대책구역 내에서 축산폐수는 허용하면서 국가핵심전략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구리배출을 규제하는 것은 참으로 모순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하이닉스에 구리공정이 도입돼도 극히 적은 양의 구리가 배출돼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특별대책지역 내에서 사육되는 돼지 86만 마리에서 배출되는 구리는 하루 155㎏인데 하이닉스에선 하루 3㎏미만의 구리만 배출될 것이라고 합니다. 수질환경기준이나 먹는 물 수질기준 등에도 구리 규제는 없습니다.

외국 어느 나라도 원천적으로 구리공정 입지를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합니다. 환경부는 구리가 인체에는 해가 없지만 반도체 생산과정에 다른 화합물이 섞이면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강변해 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문제는 정부가 도입한 생태독성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이닉스에 구리공정이 허용되면 골프장, 관광숙박업 등의 입지규제가 풀려 규제완화의 도미노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요. 그러나 팔당유역지역은 다른 규제로 입지와 면적을 규제하고 있어 이 같은 주장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과 같은 최악의 경제상황을 고려한다면 하이닉스 구리문제는 하루 빨리 매듭을 짓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지요. 수생태계에 지장이 없다면 말입니다. 하이닉스의 증설은 지역사회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속하고도 현명한 정부의 정책판단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