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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힘들었던 혼돈(混沌)의 한 시대에 세상 사람들을 위해 넘치는 사랑을 나누시며 사셨던 하느님의 목자가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넉넉한 사랑과 끝없는 나눔으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또 사랑하며 한 생을 살아오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善終)은 모든 사람들에게 큰 슬픔이자 아쉬움이었지요. 님은 나라의 고비마다 올곧은 한마디로 준엄하게 꾸짖으며 가르침을 주시고 올바른 길을 인도해 주셨습니다. 어둠을 빛으로, 미움을 사랑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겐 나눔과 사랑을 주셨고 삶에 지친 이들에겐 꿈과 희망을 주셨지요. 낮아져라, 낮아져라하시며 봉사의 삶을 사신 님의 "바보야!"라는 자화상이 오늘 다시 새롭기만 합니다. 그것은 누구나 나를 위해 사는 각박한 세상에서 나를 버리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사신 때문이지요. 암울했던 세상을 큰 빛으로 밝히시고 우리를 이끌어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 떠나시는 순간까지 사랑을 나눠주신 주님의 목자이기 때문입니다. 흐르는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시던 손길과 얼어붙은 가슴을 녹여주시던 성령(聖靈)의 말씀 한마디. "사랑하고 용서하세요, 또 사랑하세요." 영원불멸의 그 말씀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살아 있습니다. 넘치는 사랑으로 우리들은 행복했지요. 끝없는 나눔으로 가슴은 뜨거웠습니다. 지금은 살아생전 밝히신 길을 따라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는듯 합니다. 추기경님이 선종하신 후 50만이 넘는 사람들이 조문을 다녀갔다고 하지요. 전현직 대통령은 물론 종교와 이념, 가진 사람이나 못가진 사람 할 것 없이 몇 시간을 기다려 명복을 빌었다고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지요.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그 분께서 남기신 자기희생과 사랑의 정신은 아무리 강조하고 실천해도 지나침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러한 용서와 화해, 나눔과 사랑의 정신이 온누리에 넘쳐 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필자의 주변에도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부지사까지 지내신분이 어느 회사의 고문으로 일하신다고 해서 의아해했었지요. 재임하실 때 누구보다 인자하고 자상한 분으로 돈에 연연하는 모습은 전혀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활은 연금으로 해결하시고 회사에서 얻어지는 돈은 당신이 이끌어가는 봉사회를 위해 모두 기부한다는 말씀에 생각이 짧았구나하고 후회한 적이 있지요. 오히려 돈이 부족해 협찬을 받아 봉사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부군수를 지낸 또 한 선배님은 무보수로 수원시의 자원봉사센터장으로 수년째 봉사를 하고 계십니다. 서해안 기름 유출사건 때는 수개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봉사단을 이끌고 봉사활동을 펼치셨지요. 선배님의 이같은 열정으로 수원시자원봉사센터가 전국 최우수 봉사기관으로 선정되어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도청에서 국장으로 일하시던 또 한 분은 지금도 사기업에 몸담아 일하시면서 열심히 봉사하며 지내고 계십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그 분은 천주교기념관을 짓는 모임의 회장으로 열정을 바치고 있지요. 이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살만한 세상으로 변해가겠지요. 추기경님 선종 이후 용서! 와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추기경님이 남기신 용서와 화해, 나눔과 사랑의 정신이 온누리에 오래도록 넘쳐흐르기를 소망해 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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