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봉달이의 추억 | ||||||||||||||
친근한 이웃같은 국민마라토너…인생 제2막시작에 박수·용기를 | ||||||||||||||
| ||||||||||||||
실제로 풀코스를 한번 완주하면 적어도 몇 달은 휴식을 취해야한다는 것이 정설이지요. 이러한 일을 마흔 번이나 해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국민 마라토너 봉달이 이봉주 선수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최근 서울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마흔 번째 완주를 마친 것이지요. 비록 기록이 전성기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마라토너로서는 팔순격인 불혹의 나이에 이룩한 마흔 번째 완주기록에 대한 격려와 사랑의 마음이 담긴 것이었지요. 사실 이봉주 선수는 마라토너로서의 신체조건은 최악이었다고 합니다. 오른발 길이가 왼발보다 짧은 짝발에 평발이었던 것이지요. 더구나 땀이 눈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이마저 잘못돼 짝눈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최악의 조건을 극복하고 그는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것을 비롯해 많은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지요. 그에게 남은 한이 있다면 그것은 올림픽 금메달이 아닐까 합니다. 그의 영웅은 바로 손기정 선수였다지요. 손기정 선수처럼 되겠다는 마음 하나로 달리고 또 달렸다는 것입니다. 손기정 선수가 아플 때는 예고도 없이 병문안을 가기도 했다는군요. 그런 그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른 선수들이 이루지 못한 또 다른 성취가 있습니다. 마흔 번의 마라톤 완주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는 한 번의 완주를 위해 4천㎞의 연습량을 소화했다고 하더군요. 20년 동안 달린 길이가 지구를 4바퀴나 돈 것과 같은 거리라고 하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것도 최악의 신체조건을 극복하고 이뤄낸 것이니 바로 인간승리 그 자체인 셈이지요. 우리나라 마라톤 영웅은 손기정, 황영조, 이봉주 세 사람으로 대변됩니다. 손기정 선수는 일제 강점하에 억눌려 살던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지요.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일본선수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황영조 선수는 하루아침에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물론 이봉주 선수는 두 선수와 같은 국민적 영웅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봉주 선수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국민 영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두 선수가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20년을 한결같이 달리고 또 달려온 진정한 마라토너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늘 겸손했고 수줍은 모습으로 우리들 곁에 있었습니다. 영웅은 아니었지만 우리들의 친근한 이웃이었지요. 사람들은 그를 봉달이라는 애칭과 함께 국민마라토너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에 대한 사랑의 마음에 진정성이 담겨있는 것이지요. 그것은 손기정 선수나 황영조 선수가 가져보지 못한 소중한 사랑이자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봉달이 이봉주 선수처럼 20년 동안이나 한 나라를 대표해서 달린 마라토너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봉주 선수의 인생이 값지다는 말이지요. 그는 마라톤을 땀을 흘린 만큼의 결과가 나오는 운동이라고 했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혼자 할 수 있고 반칙도 없는 정직한 운동이라고도 했지요. 이제 불혹의 그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합니다. 온갖 사기와 모함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이 험악한 세상을 순수함 그 자체인 봉달이 이봉주 선수가 어찌 살아갈까 심히 걱정도 됩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봉주 선수의 애창곡이 '나는 문제없어'라고 하더군요. '이 세상위엔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로 시작되는 그의 애창곡처럼 많이 외롭고 힘들어도 결코 넘어지지 않는 그런 삶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원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