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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구지천을 말한다

홍승표 2009. 6. 18. 13:33

황구지천을 말한다
이름조차 유쾌하지못한 황구지천…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날 꿈꾸며…
2009년 06월 18일 (목) 홍승표 webmaster@kyeongin.com
   
홍승표 (시인)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원천입니다. 물이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 없는 삶의 터전이자 생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몸도 70%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은 산에서 발원되어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흘러갑니다. 세상 이치가 낮은 곳으로 흐르는 순리와 같은 이치이지요. 사실 사람들이 물에 대한 관심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물이 넘쳐 흘렀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물에 대한 소중함이 인식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수도권 시민들은 같은 물을 마시며 살고 있지요. 자그마치 2천400만명이나 됩니다. 그 상수원이 바로 팔당호입니다. 팔당 상수원 수계에는 7개 시군 주민 180만명이 살고 있지요. 그들은 수도권 시민들의 생명수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많은 규제를 감내해 왔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숙명처럼 여겼던 것이지요. 논밭이 있으나 마음대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많은 규제가 풀려 주민들은 수십년 묵은 숙원을 많이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주민들과 경기도의 노력이 눈물겨웠다지요. 그 이후 팔당수계의 하천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맑아졌습니다. 정말로 많은 예산과 노력을 쏟아부었기 때문입니다. 경안천의 경우만해도 최근 몇 년간 수질이 크게 좋아져 1급수에서 자라는 물고기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청석공원은 수많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굳건히 자리매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돌이켜보면 그동안 정부에서는 팔당수계관리에만 힘써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팔당호가 수도권 시민들이 마시는 생명수이기 때문이지요. 팔당수계의 수질은 놀랍게 좋아진 게 사실입니다. 그만큼 관리를 잘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지요.

이제는 팔당수계외 지역의 하천을 돌보아야 할 때입니다.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왔기 때문이지요. 그중에서도 안성천 수계인 황구지천과 오산천, 진위천의 오염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황구지천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되어 있습니다. 수질이 15PPM을 넘나들고 있다니 말이 하천이지 시궁창에 가까운 셈입니다. 급기야 경기도에서 이들 안성천 수계에 대한 수질오염총량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지요. 늦은감이 있지만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총량제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종합적인 수질관리 시스템이라지요. 수질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인만큼 개발의 여지를 제공해서 물환경보호와 개발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것입니다. 설정된 목표수질을 달성하면 시군에서 필요한 지역개발사업이 가능하여 수질보전노력 그 자체가 해당 시군의 인센티브가 되는 셈이지요. 다행히 이들 하천이 상수원으로 쓰이지 않아 목표수질을 지역실정에 맞게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천 수질을 크게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지역개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오는 2015년 수질목표가 3.5PPM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7PPM을 넘나들던 경안천 수질이 오염총량제 도입이후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로 지난해 말에는 2.6PPM 수준으로 크게 개선되었다지요. 안성천수계의 3.5PPM 수질목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합니다. 개발만을 염두에 둔 일부 시군이 족쇄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한 셈이지요. 아무리 최고 수준의 도시를 조성해도 도심에 하천 악취가 풍긴다면 그 도시는 죽은 도시가 되고 말것입니다. 오염총량제가 도입되면 정부에서 하수도와 생태하천 조성사업 예산을 최우선으로 지원한다고 합니다.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지요.

낡은 생각을 과감하게 깨트리고 오염총량제를 도입해서 체계적인 물관리를 하는 것이 시대적인 흐름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름조차 그리 유쾌하지 못한 황구지천(黃口池川)에 버들치가 찾아오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그때쯤 가서 황구지천이라는 이름도 내친 김에 청화천(淸華川)이나 청수천(淸水川) 정도로 바꾸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곳에 맑은 물이 흐르고 새들이 날아들고 물고기가 뛰어 놀고 아이들이 물장구 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