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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와 평화도시

홍승표 2010. 1. 25. 09:24

   
▲ 홍승표 (파주부시장·시인)
[경인일보=]DMZ로 불리는 비무장지대는 한반도 중앙에 자리한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입니다. 두말할 필요없이 한국전쟁이 남긴 한 맺힌 유산이지요. 155마일에 이르는 이 지역은 1953년 휴전 직후부터 사실상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이 된 것이지요.

전쟁은 많은 인명을 해치기도 하지만 자연생태계를 망치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세기 이상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자 야생동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세월 산이고 논밭이었던 이곳에 다시 나무가 자라고 풀이 나고 습지가 생겨났습니다. 한때 포성과 화염으로 뒤덮였던 전쟁터가 천혜의 자연생태계로 거듭난 것이지요. 이곳에선 산양이나 고라니, 두루미가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가히 야생 동식물의 천국인 셈입니다.

그러나 DMZ는 오늘도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숨 막히는 곳입니다. 이 지역을 남북이 함께 힘을 모아 소중히 지키고 가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긴장감도 해소하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생태관광지가 되고 세월이 지날수록 가장 위대한 인류 유산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입니다.

최근 정부는 통일기반 조성을 위해 파주와 철원 등 남북접경지역에 평화도시를 건설해 남북교류협력지구로 조성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평양과 남포지역에 중소규모 협력공단을 조성하고 신의주와 나진, 선봉을 중국과 러시아와의 교역, 물류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청사진을 내걸었지요. 그러나 남북한 통일이 이뤄져도 이곳은 그대로 보전했으면 합니다. 특별히 내세울만한 관광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DMZ가 자랑할만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굳이 세계에서 멸종된 동식물이 살아있는 이곳을 훼손해야할 명분과 이유도 없습니다. DMZ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보전해 나간다면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남북한이 대치하던 냉전시대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오늘을 사는 우리의 책무인 것이지요.

지난해 열렸던 DMZ다큐영화제는 분단의 현장이 소통과 만남, 화해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소중한 축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큐영화제가 열린 곳은 DMZ안에 있는 유일한 마을, 대성동이었습니다. 민간인들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이곳에서 자유와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 이 영화제의 의미는 특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파주는 대표적인 접경도시입니다. 휴전선이 있다고는 하지만 판문점이나 도라산역, 임진각, 대성동이나 통일촌 등 분단을 상징하는 현장이 파주에 있습니다. 6·25한국전쟁의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파주는 더 이상 북쪽 끝자락 변방이 아닙니다. 반목과 대립, 전쟁과 죽음의 땅에서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바뀌고 있는 역사적인 현장입니다. 통일의 전진기지이자 중국과 유러시아로 가는 기점이고 세계로 향한 출발점입니다. 평화와 자유를 사랑하며 미래와 통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의 대표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류에 발맞춰 파주시가 평화도시임을 내외에 선언하고 평화시민헌장을 제정 공표한 것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가 6·25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파주는 이제 생태계의 보고(寶庫)이자 세계 평화의 발신지가 될 것입니다. 시민들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나누며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지난 몇 년간 파주가 천지개벽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해서 여덟 차례나 대통령 기관 표창을 받은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하지요. 시민들도 파주에 살고 있다는 자긍심이 대단합니다. 파주가 호랑이해 벽두에 평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날개를 달았습니다. 이제 파주가 날개를 펴면 단숨에 구만리를 날아다닌다는 전설의 새 곤붕(鯤鵬)처럼 비약할 것입니다. 곤붕처럼 날아다닐 평화도시 파주의 내일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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