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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승표 (파주부시장·시인) | [경인일보=]새해 벽두부터 아이티 지진참사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수십만명의 인명피해와 수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초유의 지진이었기 때문이었지요. 세계 각국이 아이티 돕기에 나서자 우리나라도 발 빠르게 지원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지원규모는 사실 낯간지러운 수준이었습니다. 급기야 너무했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대통령께서 국가의 격에 걸맞은 지원을 강조하기에 이르렀지요. 결국 당초보다 10배가 넘는 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 나라에도 격이 있는 법입니다. 사람이나 국가나 그 격에 맞게 살고 나라가 운영되어야 합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께서 한국도 더 많이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우리 기부문화 수준을 방증하는 것이지요.
비워야 채워진다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야 일등 인생이 아니지요. 가진 것은 많은데 나누는 일엔 인색한 사람이 많습니다. 밥을 굶어본 사람만이 배고픈 설움을 안다는 말이 있지요. 가진 것은 작지만 이웃을 배려하고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이러한 연유일 것입니다.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때 삶의 격이나 나라의 격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돈이나 권력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고들 합니다.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지요. 돈이나 권력으로 안 되는 일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고 누구나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이웃을 배려하고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이지요.
파주시 공무원들이 나눔을 실천하는 일에 나섰다고 합니다. 관내 아동복지시설에서 지내는 어린이와 기초생활수급자 자녀, 한부모와 조손가정 자녀 등 1천600명을 돌보기 시작한 것이지요. 바로 '그룹 희망 멘토제'가 그것입니다. 월급의 1%를 추렴해 지원하고 지역아동센터와 결연을 맺고 그룹 멘토를 한다는 것입니다. 학습지도는 물론 나들이도 함께 하고 문화 관람이나 전염병 예방관리, 집수리 등 환경개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멘토활동을 펼친다는 것이지요. 시에서도 직원들이 기부하는 만큼의 돈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파주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LG에서도 동참키로 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공동모금회도 참여시켜 1천600명에게 매월 4만원씩을 지원한다는 것이지요. 이른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공무원들이 앞장서고 시에서 뒷받침하고 기업이 참여하는 '그룹 희망 멘토제'는 흐뭇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이 나누는 것은 1%이지만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지요. 그들의 정성은 많은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될 것입니다. 이 정성은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우리 미래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 의미 있는 일이지요.
이러한 일은 배려와 나눔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굳이 매칭 그랜트가 아니더라도 1%를 나누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났으면 합니다.
아이티에 대한 국가적 지원의 해프닝은 사람이나 나라의 격이 무엇인가를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배려와 나눔의 가치를 생각하고 사람이나 나라의 격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하겠지요. 서로서로 배려하고 나누며 살아가는 훈훈한 세상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