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땅에서 시작되는 임진강과 태백산에서 시작되는 한강이 만나는 곳이 있다. 바로 파주 교하(交河) 땅이다. 교하는 통일의 관문 파주로 가는 자유로 오른편 심학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심학산 둘레길이나 산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교하는 너른 들과 강이 그림같이 어우러져 있다. 특히 해질 무렵 철새들의 나래 짓이 노을에 물들면 교하는 말 그대로 불그레한 강물과 하늘빛이 천하의 절경으로 회자되는 곳이다. 예부터 중국으로 향하는 길목이었고, 문명의 젖줄인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교하는 일찍부터 통일 한국의 수도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해군 때는 교하천도론이 개진되었고, 최근에도 유명한 풍수가가 옛 교하중학교 자리 일대를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종합청사가 들어설 최적의 터로 손꼽기도 했다. 이러한 명당에 신도시가 들어서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일 것이다. 교하신도시는 이미 상당부분 조성이 완료되었고, 3단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도시가 완공되면 8만 세대에 20만명이 입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첨단 유비쿼터스 도시 형태로 건설되고, 도시 공원이나 주민 편익시설이 잘 갖춰진 쾌적한 도시로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예상치 못한 문제가 돌출되어 물의를 빚고 있다.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이 바로 그것이다. 복합커뮤니티센터는 동사무소를 포함한 행정타운과 복지시설, 체육시설, 도서관 등이 입주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복합커뮤니티센터의 재원은 공동시행사업자인 주택공사가 마련하되 공사발주는 파주시가 하도록 되어 있다. 이 센터의 우선 건립을 위해 주공에서 택지개발사업비로 우선 건축한 후 시의 개발이익금으로 정산 처리하자고 한 것이다. 교하 신도시 주민 입주 시기에 맞춰 준공을 시키겠다는 의지였다. 파주시는 이러한 계획에 따라 사업을 진행시켜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토지주택공사가 합병 이후 자금난으로 사업비의 선 투자가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파주시는 토지주택공사의 약속에 따라 올해 예산에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 사업비를 반영해 놓았다. 토지주택공사를 믿고 예산을 편성한 것인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형상이 빚어진 것이다. 당황한 파주시는 수차례에 걸쳐 조속한 사업비 우선 지원을 토지주택공사에 요구했으나 회신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사업 자체가 계약단계에서 전면 중단되어 2011년 준공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앞으로 입주하는 교하신도시 주민의 공공서비스 이용 불편과 함께 집단민원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세간에는 토지주택공사가 교하신도시 공동시행사업자이자 공기업으로서 공신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무조건 올해 사업비 전부를 부담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적어도 절반이라도 부담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인 것이다. 파주시는 사업도 문제지만 올해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사업비가 754억원으로 파주시 조기집행 대상 예산의 16%나 차지하고 있어 착공이 지연될 경우 조기집행 계획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조기집행 전국 1위를 차지해 대통령상을 수상했던 파주시의 명예가 단번에 실추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토지주택공사가 공기업으로써 파주시와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공기업의 자세가 아닐 뿐만 아니라 교하신도시 입주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기업으로서의 양심과 도덕성이 있다면 사업비의 일부라도 부담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토지주택공사가 교하신도시 3단계 사업과 금릉 택지개발사업 등 해야 할 일은 많다. 파주시와 파주시민의 동의와 지지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약속을 저버리면 이러한 일들이 결코 순조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한 일이다. 국민의 공기업 토지주택공사의 현명한 판단과 대책, 신속한 조치를 기대해 본다. 홍승표/시인, 파주부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