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표 (파주부시장·시인)
[경인일보=]세상에는 하나밖에 없는 것이 많이 있지요. 그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문화유산일 수도 있고 해와 달처럼 천체의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파주 땅 대성동 마을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곳입니다. 대성동은 6·25전쟁이 휴전되던 해 남북이 DMZ 내에 마을을 하나씩 두기로 합의해 존치된 마을입니다. 마을 북동쪽으로 1㎞만 가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판문점이 있고 불과 400m 거리에 군사분계선이 있습니다. 군사분계선에서 400m 떨어진 곳엔 북한의 DMZ 민간인 거주지역인 기정동이라는 마을이 있지요.

대성동에 펄럭이는 태극기 높이는 100m인데 기정동에 나부끼는 인공기는 58m가 더 높다고 합니다. 살짝 자존심이 상하더군요. 대성동 사람들은 유엔군 사령부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도 참정권이나 교육을 받는 권리는 대한민국 법률의 적용을 받고 있어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국방과 납세의무를 면제받는 특권을 누리고 있지요.

이곳을 출입하려면 일일이 신분 확인을 거친 후 공동경비구역(JSA) 군인들의 안내를 받아야만 합니다. 통행금지도 있습니다. 군사분계선 가까운 곳은 마을 사람들조차 군인들의 보호 아래 영농을 해야 하지요. 가장 가까운 북한 초소가 200m밖에 안 된다니 그럴 만도 합니다.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통행이 전면 금지되어 전쟁이 난 줄 알고 공포에 떨었다지요. 50가구 200여 주민들은 대부분 벼농사를 짓습니다. 평균 경작 규모가 9㏊를 넘으니 부농인 셈이지요. 한 배미가 3만3천50㎡인 큰 논도 있습니다. 마을 이장이 직접 만든 것이라며 자랑하더군요. 하지만 미수복 지역이라서 소유권은 가질 수 없다고 합니다.

작은 마을이지만 초등학교도 있습니다. 분단의 현장을 지키고 있는 대성동초등학교는 학생이 적어 폐교될 뻔 했다지요. 2년 동안 졸업생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 학교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각계의 지원으로 위기를 넘겼고 지금은 입학 경쟁이 치열한 명문학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원어민 영어교사도 있고, 연극반이나 컴퓨터 자격증반 같은 특별활동이나 문화공연은 물론 스키강습에 이르기까지 현장학습이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합니다. 60년 동안 그대로 보존된 주변 환경도 빼어나 명품학교라는 말에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학교 밖 나들이가 쉽지 않은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영화관도 생겼더군요. 지난해 DMZ다큐영화제가 처음 열리면서 마을 회관에 소극장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가끔씩 영화를 볼 수 있어 정말 좋다고 하더군요.

북한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있습니다. 대성동 외곽을 돌아 흐르는 사천 江이 그렇습니다. 마을 이장이 이곳 물고기는 먼저 잡아먹는 사람이 임자라며 껄껄 웃더군요. 그 소리를 들으니 점심으로 나온 매운탕 맛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대성동을 나오는 길가엔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손을 흔들며 서 있었습니다.

기정동은 개성공단으로 인해 외형적으로 많이 커져서 상대적으로 대성동이 왜소해 보입니다. 반세기 넘도록 많은 통제 속에서 자유의 마을 대성동을 지키며 살아온 주민들을 위해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와 배려가 필요한 대목이지요.

올해가 6·25전쟁 60주년입니다. 지금은 대성동 주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