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표 (파주부시장) |
약 1천89만㎡ 규모의 군사훈련장이 적성면 무건리에 처음 들어섰을 때 15가구 주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 법원읍 오현리로 이전했지요. 이러한 아픔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이곳마저 군 훈련장 확장에 편입되었습니다. 그동안 이 일대는 군사시설보호구역과 훈련장 등으로 각종 개발에 제한을 받아왔지요. 오랜 세월 사유 재산의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고 소음과 먼지에 시달렸으며 농작물과 가축 피해도 입어왔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고 오히려 훈련하는 군인들에게 부식을 챙겨주기도 했지요. 이렇듯 순박한 촌부들에게 군사훈련장을 넓히려고 삶의 터전을 내놓으라는 것은 배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도 국가 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수긍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들에겐 소박한 꿈이 있지요 . 이젠 가족과도 같은 이웃과 헤어지지 않고 한 마을에서 살 수 있도록 훈련에 지장이 없는 지역 16만5천㎡ 정도를 양보해 축산과 영농이 가능하도록 해 달라는 것입니다.
주한미군 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할 때 정부는 평택지원특별법을 만들어 18조원의 정부지원금을 확보해 주민 요구를 충족시켰지요. 이주민 특별대책으로 공익사업법의 보상 외에 이주 정착과 생활안정특별지원금, 택지개발지구내 상업용지를 각각 지원하였습니다. 주민들이 이주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실질적인 이주 대책을 수립해 준 것이지요.
국민을 위한 군부대 시설을 위해 삶의 터전을 내주는 주민들을 강제로 내쫓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무건리 훈련장에 대해 국방부의 이주 대책은 획일적인 주거용지만 제공할 뿐 현실적인 생계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랜 군 규제로 타 지역에 비해 턱없이 낮은 보상비가 책정되어 대토를 마련하거나 사업장 이전이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군에서 마련한 이주단지에 입주할 수 있는 주민의 자격도 일부에 불과하지요. 파주가 지난 90년대 3차례 수해를 겪으면서 가장 고마워했던 것은 군인들입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물결속에서도 무너진 제방을 쌓거나 산더미같은 쓰레기를 치우는 일에 군인만한 복구 능력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안보의 보루지역으로서의 자부심 못지않게 파주에 주둔하는 군인들도 파주시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군은 국방의 의무 못지않게 '국민의 군대'로서의 역할 또한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각종 자연재해 복구의 일등공신임에 틀림없지요. 국민을 위한 국민의 군대로서 이제 군은 주민편에 서야 합니다. 15년동안 훈련장을 반대해 온 주민의 입장에 서서 이유를 묻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주민들은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지요. 국가정책사업인 무건리 훈련장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국방부와 주민이 한발씩 양보하여 상생하자는 것이지요.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정부가 주민에게 갖춰야 할 최소한의 양심과 예의라는 게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의 가슴에 대포소리가 아닌 희망의 소리가 울렸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