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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명절 풍요롭게 보내세요...

홍승표 2010. 9. 20. 14:24

뒷 뜨락 귀뚜리 소리에 알밤이 후두둑 후두둑 쏟아지고 낮에도 별이 내리는 눈빛 환한 가을 한가위 명절에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늘 좋은 일만 있기를 축원드립니다. 방금 거둔 햅쌀로 지은 밥과 풍성하고 넉넉한 과일과 가없는 정성을 모아 조상님께 예를 올리고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해보는 뜻있고 보람있는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적벽대전이라는 영화가 있었지요. 웅장한 스케일과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 전개가 흥미진진하지요. 삼국지에만 적벽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파주땅 임진강에도 적벽이 있습니다. 붉은 노을이 짙어지면 적벽과 어우러진 절경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한폭의 그림이지요. 모두가 즐거운 추석 명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휘영청 떠오른 달님이 山을 내려와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들을 지나 대문을 활짝 열고 들어옵니다. 달님은 한가위를 알리는 전령인듯 합니다. 한가위는 기나긴 여름날에 찌들었던 삶의 더께를 한꺼번에 씻어주고 우리들의 가슴을 푸근하게 해주는 명절중에 명절이지요. 달님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이 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나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고향의 山과 들이 되기도 하지요. 이런 이유로 우리는 달님에게 우리가 이루지 못한 벅찬 꿈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빌어보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한가위는 분명 너와 내가 하나로 어우러져 덩실 덩실 춤출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이자 삶의 뜨락을 살찌울 수 있는 귀한 선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한가위는 그 자체로 축복이라는 말이지요.

 

그러나 한가위 명절을 아예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택 요한의 집이라 불리는 비닐움막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들은 한가위는 고사하고 하루하루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지요. 지난 89년부터 살아오던 슬레이트 건물이 불타버린 것은 지난봄이었다고 합니다. 산재로 후천성 중복장애를 앓아오던 한 장애인이 자살하는 과정에서 불이 일어난 것이지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삶의 보금자리를 잃어버렸다는 현살 앞에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 후 20 여평의 비닐움막에 장판을 깔고 칸을 막아 생활하기 시작했고 어느 독지가가 컨테이너 1개를 무료로 기증해줘 임시로 급수시설을 설치한 후 식당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웃사람들이 쌀도 주고 야채, 과일 등을 가끔씩 주고 가 식사해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전기세 등을 대신 납부해주고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무덥고 기나긴 여름을 힘겹게 지내왔는데 계절이 바뀌고 기온이 태려가면서 겨울을 지낼 걱정이 태산 같다고 합니다. 현재 주위의 도움으로 마련한 산자락에 건물을 지으려는 계획도 있다는 군요. 허가만 받으면 시멘트 한차를 기증하겠다는 사람에서부터 무료설계, 목재기증, 전기설비 등을 해주겠다는 독지가들도 있답니다. 하지만 35평 정도의 진입로 사용승낙을 받지 못해 2개월이나 답보상태에 있는데 아마도 장애인 시설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요한의집 원장은 선천성 뇌성마미로 전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지만 부인과 함께 89년부터 요한의집을 마련하고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을 모아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참으로 고귀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분이지요. 이 같은 선행으로 지난해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는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고 합니다. 장애인의 몸으로 장애인을 돌보며 사는 그의 선행이 TV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그러나 그는 이들과 살아오면서 한 번도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참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호화사치와 낭비, 무분별한 해외여행, 백 만원 넘는 양주이야기는 차라리 접어두는 것이 속편한 일 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우리들 삶의 뒷켠에 요한의집 사람들처럼 어려운 이웃들을 잊고 있는 한 이번 한가위가 훈훈한 명절이 될 수는 없으리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 라는 말이 있지요. 그만큼 좋은 계절이고 좋은 명절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모두가 들뜬 분위기속에 지내는 명절 한 귀퉁이에서 달님을 바라보며 한숨을 몰아쉬는 사람도 있는 법이지요. 모두가 사는 것이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정말로 어려운 사람들은 어렵다는 말조차 잃어버린 지 오래이지요. 한가위를 한가위답게 보내는 거 그거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모두가 한가위 달님을 넉넉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한번쯤 주변을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한가위를 한가위답게 보낼 수 있는 의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