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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장관님과 함께...

홍승표 2010. 11. 17. 15:51

미래를 여는 희망의 키워드

-이어령박사의 디지로그를 읽고

                                 

21세기를 정보의 시대라고 합니다. 정보의 힘이 개인과 사회는 물론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첩경이자 원천이 되기 때문이지요. 사람의 삶은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아날로그방식과 디지털 방식이지요. 오늘 우리는 디지털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방식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명제 앞에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날로그방식이 다소 고전적이고 인간미가 넘치는 삶이라면 디지털방식은 약삭빠르고 이기주의적인 삶의 측면이 강하게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때 이어령 박사의 디지로그(Digilog) 선언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논객(論客)의 한사람인 저자는 정보시대를 올바르게 읽고 미래를 여는 키워드로 디지로그를 선언한 것입니다.

 

디지로그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아날로그(analog)와 디지털(digital)의 합성어이지요.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보다 새롭고 다양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정보시대의 특성을 정(情)이라면서 정(情)을 알리는 것(報)이 정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자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시대가 훨씬 더 情이 넘치는 시대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젓가락문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젓가락은 상호 의존성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정신에서 나온 것이고 포크와 나이프는 개체를 기본으로 하는 문화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젓가락은 두개가 함께 어우러져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포크와 나이프는 따로 따로 놀고 그나마 포크는 삼지창, 나이프는 칼로, 개인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입니. 미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9.11테러 이후 포크와 나이프가 항공여객의 휴대금지품목에 들어간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는 것은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 세계최초로 스너피의 복제 개를 만든 황우석 박사팀의 기술이나 세계 반도체시장을 석권한 삼성의 기술력이 젓가락문화유산의 하나라는 평가도 새로웠습니다. 그는 이러한 가운데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V자 대형으로 날아가는 기러기의 행렬이 디지로그 공동체의 좋은 본보기라고 강조하고 있지요. 이것은 갈수록 이기적이고 각박해져가는 세태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해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전자메일의 골뱅이(@)하나가 나라와 주소는 물론 동서양 문화차이의 벽을 허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해줍니다. 기발한 해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90년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주창했던 그가 디지로그 시대를 선언한 것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와 융합을 강조한 것으로 시대를 앞선 또 하나의 키워드가 아닐까합니다.

 

우리가 오늘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아날로그문화가 디지털을 만나면서 날개를 달고 로컬(local)의 벽을 뛰어넘는 힘을 얻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와 융합체인 디지로그를 선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지요.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면 보다 새롭고 창의적인 힘을 얻을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나라는 실로 눈부신 고속성장과 급속한 변화를 이룩해왔습니다.

 

이러한 고속성장과정에서 항공기추락이나 백화점과 다리붕괴 등은 물론 외환위기까지 대형사고들이 발생해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었지요.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결코 좌절하지 않고 뛰어난 균형감각과 저력으로 이 같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왔습니다. 88올림픽의 성공을 위한 국민적 노력이 범국민적으로 이루어졌엇지요. 심지어 경인지역 소매치기들이 모여 외국방문객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사람은 소매치기 사회에서 매장시킨다는 다짐대회가 열렸다는 것은 새로운 소재였습니다. 소매치기들도 88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애국심을 발휘했다는 사실에 흐뭇한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기간에는 전국에서 수백만의 시민들이 붉은 옷을 입고 길거리 응원을 펼치는 진풍경을 연출해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지요. 특히 외환위기 때 보여준 금 모으기 운동을 외국인들은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경탄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우리나라를 세계인들은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별칭을 붙여주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이처럼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균형 있게 조화시켜 통합하는 한국인의 디지로그 파워가 미래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피력하고 있습니다.

 

처절하게 눈물나게 배고팠던 시대를 딛고 경제성장의 기적을 이룩한 이시대의 주역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는 디지로그 인간이 되어줄 것도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나는 기분 좋은 시간이 한국인의 시간이라는 결언으로 마무리하고 있지요.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대목입니다. 그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면서 아날로그의 벽에 부딪치거나 디지털의 벽에 부딪칠 때 디지로그를 떠 올리면 새로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보게 됩니다.

 

남과 북의 이념대립이나 보수와 진보세력간의 갈등, 가진 자와 못가진자의 경제적 양극화를 포함한 정치, 사회, 문화적 갈등과 반목을 해소할 수 있는 키워드가 바로 디지로그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디지로그에 대해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또한 이러한 소신을 가지게 된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디지로그야말로 오늘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우리의 미래를 여는 희망의 키워드라는 확신과 신념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오늘 다시 디지로그를 생각해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010년 11월17일 이어령 박사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파주포럼에 오신 것이지요. 강연이 끝나고 차한잔을 나누면서 귀한 말씀을 듣고나서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저의 책을 드렸고 저에게 책을 보내주신다는 말씀을 듣고 2006년도에 박사님의 디지로그를 읽고 쓴 글을 올려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