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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디바 이은미 공연을 보고...

홍승표 2010. 12. 7. 14:56

토요일 아침 감악산엘 들었습니다. 산에 든다는 것은 언제나 새로움에 눈뜨게 하는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악산 정상엔 바람이 제법 매서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늘 서성이며 술꾼(?)들을 모으던 막걸리 파는 사람이 보이질 않더군요. 너무 아쉬웠습니다. 땀을 닦아내며 들이키는 막걸리 맛이 일품인데 그 향취를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산에 들어 세상을 관조하는 일은 마냥 흥미진진한 일입니다. 참 저 작은 속세에서 무얼 그리 서로 헐뜯고 싸우며 아등바등 살아야 할 일이 있는지 혀를 끌끌 차며 저 스스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막상 산을 내려오면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삶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떤가요? 가끔 그런 생각을 가져보는 그 자체가 삶의 가치를 높여주고 스스로의 품격을 높여주는 보약이 되는 것이지요. 감악산에 들어 氣를 느껴보세요. 분명 스스로의 삶이 넉넉해지고 여유로워질 것입니다.

 

 

 

그날 다소 피곤했지만 저녁 8시부터 2시간 넘게 이 은미 공연을 보았습니다. "소리위를 걷다"라는 타이틀의 공연입니다. 사실 제가 아는 노래라고는 “애인 있어요.”밖엔 없는데 아내가 꼭 보고 싶다고 해서 기쁨조로 나선 것이지요. 그런데 잘 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맨발의 라이브여왕” 또는 “맨발의 디바” 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게 공연장의 열기가 대단하더군요. “애인 있어요.“라는 노래는 이렇게 절절하게 이어집니다.

 

아직도 너 혼 잔 거니... 물어보네요. 난 그저 웃어요.사랑하고 있죠.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그대는 내가 안쓰러운 건가봐좋은 사람 있다면 한번 만나보라 말하죠.그댄 모르죠. 내게도 멋진 애인이 있다는 걸너무 소중해 꼭 숨겨두었죠. 그 사람 나만 볼 수 있어요...내 눈에만 보여요. 내 입술에 영원히 담아 둘 거야.가끔씩 차오르는 눈물만 알고 있죠.그 사람 그대라는 걸...

 

 

 

정말로 절절히 가슴을 파고드는 그런 노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은미는 그리움이나 사랑, 그리고 슬픔을 정말 그답게 노래하는 가수입니다. 그는 한동안 어려운 일을 당해 좌절하기도 했다지요. 그런데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선 것입니다. 그는 슬픔마저도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얻어지는 카타르시스를 또 다른 삶의 에너지로 승화 시키는 역량과 저력을 갖춘 톱 싱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돌이니 댄스가수니 하는 말 같지도 않은 가수들을 보면 별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입만 방긋거리며 묘한 춤 동작을 선보이는 가수 같지 않은 가수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입니다. 구두를 벗어던지고 맨발로 무대를 누비며 열창하는 그의 모습에서 프로의 진정한 면모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말하더군요. 가끔 울컥해지면 그 스스로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눈물을 닦아가며 노래를 부를 때가 있다고... 그날도 눈물을 흘리며 온몸으로 절규하며 부르는 그의 몸짓을 보며 저 스스로도 묘한 감동과 전율을 느꼈습니다. 사진으로 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가끔 영화를 보거나 뮤지컬 또는 가수들의 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그때마다 새롭게만 느껴집니다. 10년 전 1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예술의 전당에서 명성황후를 처음 보았을 때 아! 이 작품 대단하구나 하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감동으로 명성황후를 두 번 더 보게 되었지요. 남들은 맘마미아가 재미있다고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맘마미아는 재미는 있으나 감동이 느껴지는 작품은 아닙니다. 영화 “하녀”와 “시”를 보고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지요. 그림으로 비유하면 하녀는 시골 이발소에 걸릴 그림이고 시는 미술관에 걸릴만한 작품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그런 겁니다.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가는 스스로 느껴야 합니다. 가끔 영화나 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감동이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활력소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런 감동이 늘 제 가슴속에 살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