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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소리 울리는 날

홍승표 2011. 1. 29. 11:13

 

 

임진각과 개성으로 가는 자유로 변에는 예술인들이 가꾸어놓은 헤이리마을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출판문화단지가 있습니다. 헤이리는 가끔 공연이 열리고 전시회가 끊이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지요. 이에 비해 출판단지는 비교적 조용합니다. 사람들이 즐길만한 공간이나 볼거리가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쇼핑몰과 영화관이 있긴 하지만 제한적인 사람들만이 찾고 있는 형편입니다. 더구나 밤이 되면 도시 전체가 어둠에 묻힌 채 한산하기만 한 것이 寂寞江山 그 자체이지요. 출판 산업이 화려하지도 요란하지도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파주출판도시는 무언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숙제를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2단계 사업이 완공되면 파주 출판문화단지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출판 클러스터로 자리매김 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파주 출판도시는 도시개발의 모범사례이자 건축문화의 국제적 명소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족도시로서의 질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지요. 문화 콘텐츠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인식의 전환과 장기비전이 필요해 보입니다. 출판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 아날로그 텍스트에서 멀티미디어 북으로 출판환경이 바뀌었습니다. 출판도시 자체도 출판, 인쇄 기능에서 영화와 미술, 공연이 어우러지는 도시로 바뀌어야 할 기로에 서있는 것입니다. 문명사적 패러다임도 지식의 통합과 융합의 세계로 흘러가고 있는 추세이지요.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책 축제가 열립니다. 「북(BOOK)소리 2011」이 바로 그것이고 대외적으론 BOOK EXPO PAJU 2011으로 이름 지어졌지요.

 

오는 10월에 열리는 「파주 BOOK소리 2011」은 21세기 지식 정보산업의 중추인 출판문화의 진흥과 지식사회를 망라하는 책과 지식의 향연장이라는 기치를 내 걸었습니다. 출판생태계의 변화에 발맞추어 책과 전자출판, 영상과 예술을 아우르는 크로스오버축제이지요. 문화와 출판 산업, 독서진흥과 관광이 경계를 넘어 접목될 것입니다. 세계 유일의 출판문화 클러스터인 출판도시를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출판 허브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인 셈입니다. 파주시와 출판도시기업협의회는 책 축제와 책방거리 조성을 위한 논의를 지속해 왔습니다. 지난 1월에는 일본의 간다(神田) 古서점과 나고야, 가루이자와를 벤치마킹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축제는 시작된 셈이지요.

 

 

 

축제에는 파주 출판도시와 국내, 해외를 망라해 400개의 출판사가 참여하게 됩니다. 글을 쓰는 작가를 포함해 100명의 초청저자와 출판사 자체 기획과 자발적 참여자 등 1천명의 저자를 참여시킬 것이라지요. 근대출판 100년의 발자취와 직지에서 구텐베르크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준비됩니다. 출판 박람회가 열리고 세계석학 초청 강연회와 세계문학인 대회, 저자와의 만남도 이루어지지요. 아시아 출판인회의와 출판제작포럼, 전국사서대회도 열릴 것입니다. 1만 독자 마라톤 토론회나 전국독서 감상문대회, 방과 후 학교 커리큘럼 경진대회 같은 행사와 체험, 공연이 열리게 됩니다. 출판도시 내 광인사 길과 회동 길을 중심으로 3㎞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거니는 특화된 책방거리가 만들어진다고 하지요. 헤이리, DMZ 등과 연계되는 경기북부의 새로운 관광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아시아 출판인상도 제정해서 출판문화에 공헌한 출판인과 편집자, 일러스트를 발굴해 시상할 계획인데 아시아에선 처음 만들어지는 상이라고 합니다. 파주시는 출판도시를 포함한 파주시를 “아시아 책의 수도(Asia Book Capital: ABC)”로 선포할 계획이라지요. 이 축제엔 100개의 기관과 단체가 참여하고 전문가 10만을 포함해 50만 넘는 관람객이 찾아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요. 접경지역이고 안보의 현장인 파주는 「BOOK소리 2011」을 통하여 또 다른 이미지를 선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출판도시로 거듭 날것이라는 말입니다. 책 향기에 책 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면 가히 환상이겠지요. 「BOOK소리 2011」이 기대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비전과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