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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과 다이어트

홍승표 2011. 3. 8. 18:05

  아주 오래전 도청에서 일할 때 함께 일하던 강도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팀장이 있었습니다. 늘 걱정도 없고 쾌활하고 늘 웃는 얼굴로 지내던 그가 어느 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울상을 짓더군요. 의외였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팀원 두 사람과 저녁을 먹고 아주 모처럼 나이트클럽을 찾았답니다. 맥주를 기울이고 있는데 팀원 두 사람이 콜(call)을 받았다지요. 그들이 나가서 춤을 추고 있는데 문득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더라는 겁니다. 하는 수없이 웨이터(waiter)로 불리는 사람을 불러 팁(tip)을 건네면서 파트너를 구해달라고 청했다지요. 그런데 한참을 지나 웨이터가 오더니 팁을 다시 돌려주면서 한마디 하더랍니다. “있잖아요. 사장님은 짜리하고 땅땅해서 그런지 파트너 하겠다는 분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키도 적고 비만이라는 말이었지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술이 확 깨더라는 겁니다. 살면서 그날만큼 초라하게 느껴진 날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비참한 생각마저 들더라는 겁니다.

 

그는 큰 결심을 했답니다. 다음날부터 달라지기 시작한 것 이지요. 그 좋아하는 술은 입에 대지도 않고 저녁은 아예 건너뛰기로 한 것입니다.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지요. 저녁 대신 매일 저녁 헬스클럽에서 최소 2시간 이상 운동을 하기 시작했답니다. 참으로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인 것이지요. 그리고 6개월이 지났습니다. 무려 13키로의 체중이 줄었다고 합니다. 그는 남모를 미소를 지었다지요. 이젠 되었다고 생각한 겁니다. 당당하게 팀원과 함께 나이트클럽엘 간 것이지요. 역시 효과가 나타났다지요. 금방 파트너가 생기더라는 겁니다. 그가 내심 “그럼 그렇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하며 점잖게 플로어(floor)로 나갔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지요. 갑자기 체중도 줄고 저녁을 건너 뛴 게 오래돼서 그런지 10분도 안 돼 다리가 후들거리더라는 겁니다. 결국 6개월의 눈물겨운 노력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간 것이지요. 그렇지만 그때 다이어트를 한 것이 건강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언제부턴가 다이어트가 세간의 트렌드(trend)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다이어트에 목숨 건 사람처럼 盲信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언론 매체에서도 다이어트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사람들의 입에서도 다이어트 문제가 話頭로 떠오르고 있지요. 그렇지만 비만이 되기는 쉽지만 다이어트는 힘들다는 게 通說입니다. 그만큼 다이어트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로 다이어트 효과를 볼 때도 있습니다. 제가 바로 그런 경우지요. 지난해 구제역이 발생해 3개월 가까이 구제역 종식을 위해서 몸부림을 쳐왔지요. 연말연시는 물론 설날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온몸을 바쳐 왔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4키로 정도 살이 빠졌더군요. 저도 모르게 다이어트가 이뤄진 겁니다. 저보다도 훨씬 고생을 한 동료들이 많고 정말 많은 공무원들이 눈물겨운 死鬪를 벌였습니다. 다친 사람도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연인원 5만 가까운 축협과 농협, 軍警, 消防, 사회단체는 물론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밤낮없이 구슬땀을 흘렸지요. 80여일의 사투 끝에 구제역이 사실상 마무리 되었습니다.참으로 홀가분합니다. 상황실을 지키고 현장을 함께 누비던 분들과 산행을 하고 점심을 함께 했지요. 산에 오르는데 너무도 몸이 가볍다는 걸 느꼈습니다. 구제역이 마무리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홀가분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체중이 줄어든 것도 한 몫 했을 겁니다.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구제역 그거 초기 대응을 잘못해서 피해가 커진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결단코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의 탁상공론이라는 말이지요. 특히 돼지의 경우 감염속도가 빨라 인력으로는 방역에 한계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 혹독한 추위 속에서 공무원과 유관기관. 사회단체, 자원봉사자들에 이르기까지 정말 눈물겨운 사투를 벌였습니다. 구제역 현장에 얼굴 한번 내밀지 않고 말로만 어쩌고저쩌고 말하는 건 안 될 일입니다.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구제역을 막기 위해 온몸을 불사른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초기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제와 曰可曰否하는 건 양심적이지 못하다는 게 저의 소신입니다. 지금부터가 또 다른 시작입니다. 매몰지의 악취를 방지하고 침출수를 적정히 처리하는 등 사후관리가 중요합니다. 옹벽이나 차수벽을 설치하고 비탈면이나 배수로를 보강하는 일도 빨리 마무리해야겠지요. 또한 매몰지 주변마을에 광역상수도를 공급해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빠른 시일 내에 입식을 통해 축산 농가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요. 지금은 명절도 휴일도 없이 부상을 무릅쓰고 구제역방역과 마무리를 위해 힘써준 모든 분께 큰절을 올리고 일일이 업어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루빨리 구제역이 종식되기를 간절히 기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