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 선사박물관에서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한탄강변에 있는 구석기시대 유적입니다. 한탄강·임진강 줄기를 따라 구석기시대 유적이 많이 있고 그 가운데 전곡리 유적이 규모가 가장 크고 넓은 지역에 걸쳐 있지요. 1978년 한탄강변 유원지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한 미군 병사가 채집 석기를 처음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를 서울대 故 김원룡 교수에게 가져갔는데 아슐리안系 구석기 유물로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구석기 유적지로 평가받게 된 것이지요.
1979년부터 현재까지 여러 차례 발굴조사를 하였고 그 결과 주먹도끼, 사냥돌, 주먹찌르개, 긁개, 홍 날, 찌르개 등 다양한 종류의 석기가 발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중 유럽과 아프리카 지방의 아슐리안 석기 형태를 갖춘 주먹도끼와 박편도끼가 동북아시아에서 처음 발견되어 세계 고고학계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지요. 전곡리 선사 유적은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밝혀 줄 중요한 자료일 뿐만 아니라 한국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구석기 문화연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이 역사적, 고고학적 가치가 큰 유적을 보존, 계승하기 위해 지난 4월 전곡 선사박물관이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건축사가 설계한 박물관 외관은 龍이 움직이는 곡면 형태에 수만 장의 스테인리스 판이 외벽을 덮고 있더군요. 햇빛을 받은 외벽이 용의 비늘처럼 영롱한 은빛으로 반짝이는 게 환상적이었습니다. 양쪽 언덕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외형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구석기시대로 돌아 간 듯 환상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상설전시실로 올라가면 선사시대의 화석인류, 동굴벽화, 기후별 동물과 자연환경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중앙에는 ‘인류 진화의 행진’이란 주제로 700만년前 인류인 투마人에서 부터 1만년前 만달人까지 전 세계 화석인류가 전시돼 있더군요. 실제 성큼 성큼 걸어서 전시관 밖으로 나갈 것처럼 머리카락 한 올부터 골격, 주름 하나까지 생생히 복원돼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복원가 엘리자베스 데인스가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양 옆에는 사바나기후에서부터 아열대기후, 냉대기후, 전곡리가 속해 있던 온대기후까지 기후별 동물과 수목들을 살펴 볼 수가 있습니다.
안쪽에서는 ‘동굴벽화’를 볼 수가 있습니다. 프랑스 등에서 나온 동굴벽화인 알타미라, 라스코 등을 재현해 놓은 것입니다. 어두컴컴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아주 오래 된 구석기시대의 세계적인 벽화들을 구경할 수 있지요. 입구에는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나온 매머드 뼈로 만든 움집이 재현되어 있어 그 시대에 얼마나 매머드 사냥이 성행했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고고학 체험실로 이동하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미라 중 하나인 ‘외찌미라’가 눈길을 끌지요. ‘외찌미라’를 통해 선사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터치스크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불 피우기나 가죽옷 만들기, 동물 뼈와 조개 등을 활용한 장신구 만들기, 벽화그리기 체험도 할 수 있지요.
전시장 곳곳에는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쉴 수 있는 의자가 마련돼 있고 상설전시관 옆에는 카페테리아가 마련돼 있습니다. 茶를 벗 삼아 창밖 풍경을 보는 낭만을 즐기는 여유를 가져볼 수 있는 좋은 공간이지요. 또한 박물관 옥상 밖으로 나가면 산책로가 연결돼 주변의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전곡 선사박물관은 어린이들이나 어른 모두에게 좋은 휴식처이자 학습장이 될 듯합니다. 선사시대의 향기를 느끼면서 우리네 조상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일은 참 의미 있는 일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한탄강변에 자리 잡은 선사 박물관을 찾아 까마득한 옛날, 우리 조상들의 삶의 향기를 느껴 보는 삶의 지혜를 가져보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