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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홍승표 2012. 11. 12. 17:58

포장마차의 매력은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가지 안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 씩 제멋에 겨워 춤을 추며 흔들거리는 백열등 불빛도 매력적이지요. 이른 시간에 들르면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 빛이 환상이고 해가 기울면 속에 담기는 고고한 달빛을 보면 신선 부럽지 않습니다. 포장마차는 젊은 사람들보다 저 같은 半白의 중년이 을 기울여야 제격이라는 말이지요.

 

저는 半白인 친구 녀석과 포장마차를 즐겨 찾는 편입니다. 기울이는 술잔엔 耳順을 바라보는 인생살이의 애환이 담겨져 있습니다. 60년 가까운 세월 그 삶의 흔적이 추억이 되어 녹아들어 있다는 말이지요. 술이 과하면 실수를 하게 되지만 때로 적당한 술은 버거운 삶의 더께를 씻어주는 補藥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더욱 좋은 일이겠지요.

 

혼자 가는 포장마차도 그 나름대로 맛이 있습니다. 살다보면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있지요. 잘 한다고 한 일이 꼬여 오히려 禍根이 되어 돌아올 때도 있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사는 게 힘들고 버거워 콧등이 시큰해질 때 더없이 좋은 쉼터가 되지요. 혼자 잔을 기울이는 사람의 고독을 아는 주인장이 술친구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포장마차는 아는 낯선 사람도 이내 오랜 知己 같은 술친구가 되지요. 건너편에 앉아 술을 마시던 낯선 사람도 동석을 하고 인생에 대한 개똥철학(?)을 설파하곤 합니다. 포장마차는 말 그대로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서린 유서 깊은(?) 곳이란 말이지요. 그런 맛에 삶에 지친 사람들이 포차를 찾아 술잔을 기울이며 새로운 활력(?)을 찾는지도 모릅니다.

 

서울 대학 앞에 쏠로 포차라는 포장마차가 성업 중이라고 합니다. 혼자 왔다 둘이 되어 나온다는 곳이지요.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라는 소문이 世間에 자자합니다. 남자 여자 오면 구석안내, 남자끼리 오면 헌팅 헬프, 여자끼리 오면 인사 방긋, 꽃 남끼리 오면 헌팅 셀프, 미녀끼리 오면 합석 준비, 내일 또 오면 처음 본 척, 아무리 상술이라지만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겨울은 포차가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따끈한 어묵에 홍합 탕 국물, 양념을 발라 구운 감칠맛 나는 곰 장어, 오돌 오돌 닭발이나 쫀득하게 씹히는 닭 모래집, 은박지에 말아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꽁치에 이르기까지 맛깔스런 안주에 술이 자꾸 댕기지요. 술기운이 온몸으로 젖어들 때면 사랑스런 추억들이가슴가득 쌓이고 또 쌓일 것입니다.

 

삶이 버거운 사람이나, 직장을 구하지 못한 백수나, 직장에서 잘린 初老, 실연당한 청춘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중생들에게 포차는 참으로 좋은 慰安處지요. 그곳엔 허세나 위선이 없습니다. 생긴 그대로의 모습, 假飾 없는 인생의 단맛, 쓴맛을 녹아든 애환이 담겨 있을 뿐이지요. 많은 사람의 버거운 삶이 포차에서 治癒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