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구채구를 다녀와서*^*

홍승표 2013. 6. 13. 11:23

중국에 예로부터 4대 절경으로 “물은 九寨溝, 산은 黃山, 계곡은 장가계, 강은 계림”이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이곳들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이나 계곡, 다른 강이나 물의 격이 떨어져 보인다는 뜻이라지요. 요즘중국 관광은 구채구가 대세라고 합니다. 모처럼 휴가를 내서 구채구와 황룡, 成都의 낙산대불과 武候祠를 돌아보았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고,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훌륭한 자연관광 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이지요. 3,000m가 훨씬 넘는 고지에 있는 황룡풍경 명승구는 세계 자연유산 목록에 올라있는 명소로 유명합니다.

 

 

황룡은 岷山 山脈의 주봉인 설보정 기슭의 V자형 계곡에 지상으로 노출된 석회암층과 비취빛의 물이 고여 이루어진 연못들이지요. 그중에서도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五彩池는 계단식 밭처럼 완만하게 경사진 석회암의 연못으로 오색영롱한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이 모든 게 오랜 세월 자연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니 놀라울 수밖에 없는 일이지요. 황룡은 총 길이가 7.5km이고 수천의 연못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비취빛인 연못의 물은 깊이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빛을 낸다고 하더군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황룡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깊이 들어갈수록 숨은 차올랐지만 아름다운 절경에 깊이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迎仙橋와 玉翠彩池를 지나니 황룡사와 뒤로 보이는 산자락이 한 폭의 그림으로 안겨오더군요. 여기에 黃龍洞의 비경이 더해지고 단운협의 아름다운 협곡풍경에 또 한 번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눈을 들어보니 만년설이 쌓인 설보정 산봉우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눈 쌓인 산봉우리가 황룡 골짜기에 흐드러지게 핀 꽃무리와 물결치는 싱그러운 신록과 어우러져 천상제일의 풍광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황룡은 1992년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지요. 민산산맥 아래 풍경구가 용이 꿈틀대듯 길게 뻗어 있어 황룡으로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도 황룡이나 구채구는 중국의 다른 관광지에 비해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니지요. 70년대 벌목공에 의해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졌고 관광지로 개발 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채구의 절경에 반해버린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있다지요. 계곡 안에 아홉 개의 장족마을이 있다고 해서 구채구로 불리지만 눈에 보이는 마을은 3개이고 나머지 마을은 산속 깊이 있어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닙니다. 물빛도 다 같은 게 아니지요. 싱그러운 신록이 담긴 호수에 햇살이 젖어들면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짙은 비취색과 연초록, 옥색 등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며 팔색조 같은 물빛 향연이 펼쳐집니다. 다채로운 물빛의 조화는 주변의 자연 그대로를 투영한 탓에 저마다 다른 물빛을 띠고 그에 걸 맞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자태를 자랑하는 것이지요. 구채구엔 1백여 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폭포, 급류 등이 주변의 자연과 어우러져 일대 장관을 연출합니다. 옥색 물빛과 물속으로 투명하게 보이는 枯死木들도 신비롭지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자태가 경이롭기만 하더군요.

 

 

구채구의 호수들은 주변의 산세를 그대로 투영한 탓에 저마다 다른 물빛을 띠고 그에 걸 맞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큰 호수는 왼쪽 가지 끝에 위치한 長海입니다. 깊이 40m의 넓은 호수는 바다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방대하지요. 오른쪽 골짜기에 있는 작고 아담한 호수는 “산과 하늘이 마치 거울처럼 수면에 아름답게 비친다.”고 해서 境海라고 합니다. 구채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호수로 손꼽히며 여기서 사진을 찍는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얻는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지요. 경해는 “커플은 그 사랑이 변치 않는다.”는 애정공원이 있어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장해 아래편에 위치한 五彩池는 환상적인 빛깔이 황홀감에 빠져들게 합니다. 호수라기엔 믿기 힘들만큼 비취와 옥빛, 연초록과 코발트빛이 고혹한 몸짓으로 가슴으로 안겨들더군요. 영어로 "Multi-color"이라 소개될 만큼 다양한 빛을 내고 아무리 기온이 떨어져도 물이 얼지 않아 신비로움을 더해준다고 합니다. 그 아름다움을 가늠하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호수와 산세를 지닌 덕분에 첫 번째로 중국여행 명승지로 선정되었다지요. 그 뒤 유엔 세계자연유산위원회로부터 "세계자연유산 명록"에 등재되고 1997년 "세계생물권보호구" 로 지정되어 세계인이 주목하는 자연의 寶庫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珍珠灘으로 불리는 폭포수도 있더군요. 마치 수천 수억 개의 진주알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바위는 물길에 따라 이끼가 끼고 그 이끼와 바위에 부딪혀 진주알이 방울방울 튀어 오르다 부서져 내리는 광경은 환상적이더군요. 오색찬란한 빛깔이 한 알 한 알 다듬어져 구르는 듯 너른 바위를 뒤덮으며 뿜어내는 진주 빛은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황홀했습니다. 그 진주알들은 바닥으로 떨어져 부서질 때까지 영롱한 몸짓을 잃지 않더군요. 진주탄 폭포는 겨울이 되면 바위 위에 부드러운 명주실을 걸쳐놓은 듯 가늘게 언 물줄기가 감히 넘보기 어려운 신비한 자태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황룡과 구채구에 이어 成都를 돌아보았습니다. 당나라 현종 때 승려 해룡이 홍수를 다스리기 위해 낙산을 깎아 만든 세계에서 가장 큰 낙산대불을 만나보았지요. 해룡스님에 이어 3代에 걸쳐 90년이 걸렸다는 이 불상은 높이가 71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불상이라고 합니다. 몇 년 전 홍수에서 파손 된 손을 보수하는데만 3,000개의 벽돌 들어갔다고 하지요. 그만큼 큰 불상이라는 말입니다. 유람선을 타고 들어가 낙산대불을 보았습니다. 산을 깎아 만든 불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그 규모가 대단하더군요. 크기도 크기려니와 산을 깎아 불상을 만들었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부러웠습니다.

 

 

성도는 촉나라의 수도였던 곳으로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입니다. 이곳 성도에 촉한의 재상 제갈공명을 모신 사당 武侯祠가 있더군요. 5세기에 유비를 모신 사당인 昭烈祠가 세워진 후 바로 옆에 제갈공명을 모시는 무후사가 세워졌다고 합니다. 그 후 명나라 초기에 이르러 무후사는 유비를 모신 漢昭烈廟와 합쳐졌다가 청나라 때 재건 하면서 건물을 나눠 대전을 두 곳 세웠다지요. 유비가 주군이기 때문에 정식명칭은 한소열묘라지만 중국 사람들이 유비보다 공명을 더 경모하기 때문에 무후사로 부른다고 합니다. 중국 역사상 유일하게 君主와 家臣을 함께 모신 진귀한 祠堂이라고 하더군요.

 

 

중국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일들의 큰 매듭이 풀리자 긴장감이 떨어져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었지요. 며칠 동안 산과 계곡에 들어 찌들었던 삶의 더께를 씻어내고 계곡의 물소리에 묵은 생각을 흘려보냈습니다. 휴대전화는 전원을 끄고 집에 던져둔 채 휴가를 즐겼지요. 전화가 없으니 처음엔 어색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홀가분할 수가 없더군요. 휴가 중엔 휴대전화를 끄고 수염을 깎지 않는 버릇이 있습니다.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머리를 맑게 해주는 명약이지요. 휴식을 통해 얻은 에너지는 분명 보다 나은 삶의 보약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