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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축제를 말한다*^*

홍승표 2013. 11. 15. 08:21

사설/칼럼
지방축제를 말한다
데스크승인 2013.11.15  | 최종수정 : 2013년 11월 15일 (금) 00:20:14   

 

   
 홍승표(용인부시장)
대한민국은 축제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 이후 새로 생겨난 신조어지요. 지난해 전국에서 열린 축제가 자그마치 2천4백 개가 넘는다고 하니 그리 불릴 만도 합니다. 매일 7개의 축제가 열린 셈이지요. 이에 따른 예산만 매년9천억 이상 들어갔다고 합니다. 비공식적으로 들어간 예산까지 합하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 셈이지요. 축제는 말 그대로 축제다워야 합니다. 모두가 공감하며 보고 즐길 수 있어야한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축제를 보며 예산낭비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간에는 지자체의 축제들이 천편일률적이고 차별성이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입니다. 가수 초청 공연이나 풍물놀이, 시민 노래자랑 등 먹고 놀자 판 축제가 대부분이라는 것이지요. 붕어빵축제, 이벤트성 축제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지요. 그러나 중앙정부에선 통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치르는 축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지요. 그 많은 축제 중 올해 정부가 지정한 공식문화관광축제는 42개에 불과하다는 게 이를 반증해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축제가 차별성도 없고 경제성도 없다는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구 40만인 파주시는 3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장단 콩 축제는 3일 동안 60만 이상이 찾아들고 7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요. 콩만 파는 게 아닙니다. 메주 만들기, 도리깨 콩 타작, 솥뚜껑 콩 볶기, 어린이 맷돌체험, 두유 마시기 등 콩과 관련된 체험 프로그램장이 인산인해를 이루지요. 2백 개의 좌판에선 시골 어르신들이 거둬들인 농산물을 팔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인삼축제 역시 장단 콩 축제와 비슷한 성과를 올리고 있지요. 주민 소득과 직결되는 모범적인 축제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함평의 나비축제는 전국적인 축제로 명성이 높습니다. 이 축제를 통해 매년 100만이 넘는 관광객 이 찾아들고 수백억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둔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니지요. 나비축제가 가져다준 함평의 브랜드가치는 상상하기 어려울정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함평의 나비브랜드는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모방이 아닌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발상과 일관된 추진력이 가져다준 결실인 것입니다. 방송국 PD출신의 단체장이 3선을 하면서 변함없이 축제를 준비한 것도 성공요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화천 산천어축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요. 다른 지역 축제와 다른 콘텐츠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축제는 가장 춥고 두꺼운 얼음이 어는 시기에 전국에서 가장 빨리 열리는 축제로 손꼽히고 있지요. 40cm가 넘는 두꺼운 얼음을 깨고 바닥까지 보이는 맑은 물속 산천어를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얼음낚시가 큰 인기라고 합니다. 차가운 얼음물에 뛰어들어 맨손으로 잡는 “산천어 맨손잡기”와“얼음썰매”,“얼음축구”등 체험프로그램이 다양한 것이 장점이지요.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한 개성 있는 축제이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변해주고 있는 축제입니다.

그러나 급조된 축제도 많고 내실 없이 겉치레에 불과한 축제도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10년 전 5백 개가 채 안되던 축제가 5배로 늘어난 것이지요. 시장, 군수들이 축제를 개인적인 야심과 연결시키기 위해 양산시켰기 때문입니다. 함평과 인구가 비슷한 괴산에선 13개의 축제가 열린다고 하지요. 매달 한 차례의 축제가 열리는 셈입니다. 축제를 자신의 치적으로 만들고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는 알만 한 사람은 다 알고 있지요. 표를 의식해 무분별하게 축제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이웃 자치단체의 축제를 베끼는 곳도 많습니다. 제주도 유채꽃 축제를 베낀 곳이 10곳도 넘는다지요. 대표적인 겨울축제로 명성 높은 화천 산천어축제를 모방한 얼음낚시 축제를 여는 곳도 1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축제는 말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한마당 큰 잔치입니다. 축제는 많습니다. 축제라는 미명아래 수많은 지역행사가 열리고 있지요. 그러나 축제다운 축제는 많지 않다는 게 세간의 여론입니다. 준비가 소홀해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지요. 축제의 방향이 재 설정되어야하는 이유입니다. 시군마다 재정난이라고 아우성이지요. 그렇다면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일은 자제하는 게 맞습니다. 호주머니가 가벼우면 먹고 마시는 것부터 줄이는 게 상책이라는 건 불변의 진리지요. 지역전통을 살리고 돈 되는 축제를 빼곤 과감히 정리해야만 합니다. 그게 정답이지요. 경제사정이 어렵습니다. 흥청망청 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위기를 위험한 기회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는 지방축제의 대수술이 시급한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