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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초*^*

홍승표 2018. 9. 1. 14:59

伐 草

 

예순 둘 그 아까운 나이 어찌 눈을 감으셨을까

비석을 어루만지며 손마디는 떨고 있었다.

끝내는 북받치는 설움 눈물 왈칵 쏟아졌다

 

가진 것 없던 살아생전 넉넉했던 웃음소리

술 한 잔 걸치시고 목놓아 부른 그 가락들

불현 듯 *내 마음 별과 같이 다시 듣고 싶었다.

 

햇살이 고운 날에 적막한 선산자락

가슴을 쓸어내리며 돌아오는 발길에는

아버지 웃음소리가 풀잎처럼 채였다.

*<내마음 별과 같이>는 아버지의 애창곡

 

벌초를 다녀왔습니다. 해마다 하는 연례행사지만 매년 느끼는 감정은 다르게 다가오곤 합니다. 벌초를 한다고 해서 조상님들이 알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매년 벌초를 하는 것은 추석 성묘를 할 때나 時祭를 지낼 때 마음이 홀가분해지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보다 중요한 것은 조상님을 잘 모신다는 마음의 위안을 삼기 위함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일이 꼬이고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산소엘 가서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도 모르게 막혔던 가슴이 후련해지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도와주실 것만 같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벌초는 단순히 풀을 깎고 잡초를 뽑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돌아가신 어르신들의 힘겨웠던 삶을 생각하며 마음을 곧추세우는 일입니다. 벌초는 벌초이상의 의미가 있고 산소는 산소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동네에서 유명한 술꾼이셨던 아버지는 인정도 많고 남을 배려할 줄 아시는 보기 드문 시골 멋쟁이셨습니다. 혼자 술 드신 것이 미안해 돼지고기 한 근을 사서 집으로 들고 오실 때면 내 마음 별과 같이라는 노래를 기가 막히게 부르시곤 했습니다. 벌초를 마치고 돌아서는 발길엔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마음은 산자락을 붙잡고 돌아설 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