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다시 봄을 보내며*^*

홍승표 2019. 5. 23. 13:24

봄이 왔다는 소리 한마디 못 들었는데 겨우내 고뿔 앓던 실개천에 물소리 재잘거리고 버들가지에 새 筍이 돋아났습니다. 매화꽃이 피는가했더니 벚꽃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싱그러운 바람결타고 상큼한 풀꽃향기가 온 누리에 출렁이며 물결쳤습니다.



꽃구경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봄을 만나지도 못한 채 잡지도 놓지도 못하고 가슴앓일 하다가 봄이 떠난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봄은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갔습니다. 계절에 걸 맞는 삶이 아니었지요. 봄은 기약 없이 그리 떠났습니다.



다시 봄이 오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폭염에 찌든 더운 날에 마음까지 축축한 장마를 지나 비지땀을 흘리며 꽃피운 열매가 풍성한 가을을 보내면 눈 내리는 평온한 겨울도 지나야합니다. 그런 후 봄은 하얀 이를 드러내어 웃으며 오겠지요.



살얼음 위를 건너듯 몸 사리며 살다가 아무 것도 못하고 봄이 떠난 줄도 모른 몽매하고 아둔한 삶을 용서받고 싶습니다. 있는 게 없는 것이고 없는 게 있는 것이요 우리 삶이 한바탕 꿈이라하지요. 아쉬운 마음을 접고 봄을 다시 기다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