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伐 草*^*

홍승표 2019. 9. 1. 10:01

伐 草

예순 둘 그 아까운 나이 어찌 눈을 감으셨을까

비석을 어루만지며 손마디는 떨고 있었다.

끝내는 북받치는 설움 눈물 왈칵 쏟아졌다


가진 것 없던 살아생전 넉넉했던 웃음소리

술 한 잔 걸치시고 목놓아 부른 그 가락들

불현 듯 *내 마음 별과 같이 다시 듣고 싶었다.


햇살이 고운 날에 적막한 선산자락

가슴을 쓸어내리며 돌아오는 발길에는

아버지 웃음소리가 풀잎처럼 채였다.

*<내마음 별과 같이>는 아버지의 애창곡




벌초를 다녀왔습니다. 해마다 하는 연례행사지만 매년 느끼는 감정은 다르게 다가오곤 합니다. 벌초를 한다고 해서 조상님들이 알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매년 벌초를 하는 것은 추석 성묘를 할 때나 時祭를 지낼 때 마음이 홀가분해지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보다 중요한 것은 조상님을 잘 모신다는 마음의 위안을 삼기 위함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조상님을 빙자해 스스로를 곧추세우는 일이라는 말이지요.


일이 꼬이고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산소엘 가서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도 모르게 막혔던 가슴이 후련해지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도와주실 것만 같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벌초는 단순히 풀을 깎고 잡초를 뽑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돌아가신 어르신들의 힘겨웠던 삶을 생각하며 마음을 곧추세우는 일입니다. 벌초는 벌초이상의 의미가 있고 산소는 산소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비지땀을 흘려가며 풀을 깎고 잡초를 뽑고 또 뽑았습니다. 납골장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산소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습니다. 산소는 亡者의 휴식처이기도하지만 살아있는 자에게 있어서도 마음의 쉼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벌초를 하는 일을 멈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게 조상님들에 대한 마음의 도리이자 명분이 아닐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