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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속이지 말라(不欺自心)

홍승표 2019. 10. 15. 10:12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살아가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남을 속일 때가 있지요. 善意惡意든 옳은 일은 아닙니다. 잠시 다른 사람을 속일 수는 있지요. 그러나 자기 마음까지 속일 수는 없는 법입니다. 결국 남을 속이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자신을 속이는 일이라는 말이지요.

 

마음을 속이는 건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지요. 나를 돌아보는 게 불편하고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자신의 뒤를 돌아보고 傲慢한 마음을 없애자는 것입니다. 스스로 삶의 철학을 지키며 살라는 말이지요.

 

그렇지 않은 사람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불편하고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당사자가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지요. 자신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최고이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과 獨善에 취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세상엔 훌륭하고 존경받을만한 분이 많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공직생활을 하면서 인사담당 주무관과 과장, 국장으로 일해 속칭 인사전문가로 불린 시절이 있지요. 그 때 많은 공직자들에 대한 능력과 전문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검증해 인사안을 만들었습니다. 동료직원은 물론 상하직원들이 참여하는 다면평가 제도를 마련해 반영을 했지요.

 

자신의 거취문제를 직접 찾아와 건의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어떠한 분야의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하면 가능하면 담당 부서장과 협의를 하고 검증을 거쳐 반영시켜 주었지요. 그런데 특정한 자리를 찍어서 가고 싶다고 하면 절대로 반영해주지 않았습니다. 부당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일을 하는데 있어 이 업무는 그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고 자신 있다는 소신을 갖고 일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그러나 특정한 자리를 나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감사나 인사 같은 속칭 권력부서를 고집하는 것은 더더욱 엄격하게 배제했었지요.

 

한시기구였던 방송국 설립준비단장으로 경기방송국을 출범시킨 후 직제가 없어져 100일 넘게 무 보직으로 있었습니다. 그 때 놀 수도 없어 도정홍보지 주간경기 만드는 일을 도왔었지요. 인사작업이 시작될 무렵 부지사가 불러 조사계장을 제의했는데 거절했습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핑계였지요.

 

조사업무는 일종의 특명사항을 처리하는 업무입니다. 도지사나 부지사의 특명을 받아 조사하고 처벌하는 옛날 암행어사 같은 일이지요. 시군을 포함해 같은 길을 걷는 공직자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과 마음고생이 따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을 할 때 객관적이고 공정하면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이 나오지요. 자기관리 잘하고 청렴하면 늘 당당하고 위엄이 생기는 법입니다. 공직자가 이러한 철학과 소신이 없어서는 안 될 일이지요. 가끔 욕심이 지나쳐 일을 그르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을 모르고 가치에 대한 생각이 없기 때문이지요.

 

너무 똑똑한 나머지 내가 최고라는 생각 속에 사는 것도 잘못 된 일입니다. 세상엔 고수가 너무도 많이 도사리고 있지요. 때를 못 만나 능력과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촉새처럼 조잘대는 사람치고 사려 깊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지요. 리더는 될 수 있으면 입을 닫고 귀를 열어야 됩니다.

 

아무리 잘났어도 완벽한 사람은 없는 법이지요. 누구나 단점은 있게 마련이고 혼자만의 생각이 衆智를 모으는 것보다는 부족할 것입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 속에서 빠져나와야지요. 한순간 남을 속이고 세상을 속일 수는 있지만 언젠간 그 業報로 사람대접 못 받는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權不十年이라고 하지요. 명예와 가치가 영원한 법입니다. 배운 게 많고 가진 게 많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얕보고 군림하려는 사람도 있지요. 그런 사람이야말로 자신의 뒤를 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한 법인데 그걸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남과 세상을 속이지 말고 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