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코로나19를 극복한 영웅에게 박수를......

홍승표 2020. 6. 1. 17:02

안녕하십니까? 임태선이라고 합니다.” 20년전 도청에서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실무과장으로 일할 때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비가 살짝 내리는 날, 곱창 맛집으로 유명한 입주집에서의 첫 만남이었지요. “홍과장! 임국장 큰 아들이야!” 오랫동안 언론켸에서 일하시다 경기문화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신 홍기헌 총장님이 그와 함께 나온 겁니다. 그의 어르신은 그 당시 경기도청에서 일하는 고위직 공직자였지요. 그런데 아버지 얼굴과는 모습이 사뭇 달랐습니다. 갸름하고 날카로운 아버지와 달리 둥굴둥굴한 얼굴에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보기좋았지요.

 

시원한 웃음만큼이나 술도 시원시원하게 들이켰습니다. “총장님! 이 친구 물건인데요!” “그렇지! 일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최고야!” 그날 저녁 술자리는 즐겁고 유쾌한 가운데 두꺼비 병이 꽤 많이 비워졌습니다. “총장님! 인류진화론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뭔 소리야!” “이 친구! 다른건 몰라도 아버지보다 술도 잘 마시고 성격도 화끈한 게 좋은데요” “그렇지!” 성격이 호방한데다 유머러스하게 분위기를 띄우는 재주까지 있는 꽤 괜찮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장래가 촉망되던 경기문화재단 직원이던 그가 뜬금없이 식당을 열었지요.

별다른 상의없이 좋은 직장을 때려치웠으니 아버지가 노발대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한동안 집에도 오지말라고 출입을 금지시킨 채 지낸다는 걸 알게됐지요. 어느 날 그의 어르신께 부부동반 저녁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곤 그가 하는 식당에 예약을 하고 사전에 각본을 꾸몄지요. 저녁을 먹다가 종업원에게 귀한 손님을 모셨으니 주인장좀 오시라했습니다. “!...” 그가 육회 한접시를 들고 들어온 순간 그의 부모님이 놀라며 저를 쳐다보았지요. 아들이 하는 식당인줄 몰랐던 것입니다. 어쨌거나 그 사건으로 집안의 평화가 왔지요.

 

그해 여름 강풍으로 식당 처마가 날아갔을 때 상당한 돈을 들여 완벽하게 복구해준 것도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 것이지요. 원래 수완이 좋고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는 친구라서 식당이 제법 잘되고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여세를 몰아 갤러리아 백화점 뒷편에 2호점을 열었는데 본점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지요. 그런데 올 들어 코로나19로 한우 전문으로 유명세를 탄 본점과 평소 저녁시간 예약이 필수였던 2호점 모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결국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 2호점을 폐업하기로 한 것이지요.

그런데 5년 전 2호점 개업 초기부터 함께 했고, 집안의 가장이나 다름없는 6명의 직원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그는 폐업 대신 낮장사만 하기로 했는데 그래야 그나마 직원들의 급여는 줄 수 있어서였지요.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직원들도 돕겠다며 임금의 40% 자진 삭감을 역제안했습니다. 낮 장사만 하는데 급여를 모두 받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절반을 깎기엔 부담이 커 40%만 삭감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지요. 그는 처음에 직원들 얘기 듣고 두 귀를 의심했다그 제안을 뿌리치는 게 맞는데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본점 직원들도 함께 하겠다고 나섰지요. 본점 직원 6명도 30만원씩 반납하기로 한 것입니다. 재난 지원금이 풀리고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저녁장사를 다시 시작하고 손님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지요.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은 그를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시기를 겪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코로나 영웅' 으로 선정해 시상했습니다. 수상직후 그는 "나중에 돌이켜 보면 현명한 선택으로 기억될 겁니다." 라고 말했지요. 어려움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않고 직원들과 상생의 길을 가는 그의 발걸음이 보다 가벼워지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