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 함께 한다는 것
“홍 과장님! 체육과장이 직원을 바꿔달라고 해 골치가 아프네요.” “뭔 일이 있나요?” “노조위원장이 일은 안하고 노조활동에만 신경을 써서 바꿔주거나 차라리 없는 게 좋겠다고 하네요.” “저희 과에서 일하도록 하죠...” 그렇게 그 직원과 우리 과 직원을 맞바꿔 일을 했습니다. 때마침 ‘경기방문의 해’준비로 외근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았지요. 그 직원에게 경기관광공사와 협업하는 일을 전담토록 했습니다. 성향이 활달해서 기획보다 현업이 맞을 거라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자신을 포용해준 것 때문인지 생각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을 잘해주었습니다. 그 후에도 4명의 노조위원장과 함께 일을 했지요.
KBS 열린 음악회를 겸한 ‘2005 경기방문의 해’ 선포식을 끝내고 총무과장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총무과장은 모든 행사의전과 직원후생복지를 담당하는 도청직원들의 맏형과도 같은 직책이지요. 당연히 소속된 노무사와 함께 도청 노조를 관리하고 지원하는 일을 했습니다. 노조임원들과 소통을 통해 여러 가지 일들을 했지요. 그 시작이 실과대항 전 직원 족구대회였습니다. 처음에 2개 코트에서 조용하게 시작된 족구경기가 일순간 도청전체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지요. 회를 거듭할수록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져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많은 직원들이 운동장으로 뛰쳐나온 것입니다.
풍선막대부터 징과 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응원도구들도 선보였지요. 평소 근엄해보이던 실, 국장들도 하나로 어우러져 응원을 하며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결승전을 앞두고 도지사와 실, 국장들이 출전한 시범경기도 펼쳐졌지요. 헛발질과 자빠지는 몸짓에 모두가 폭소를 연발했지만 아낌없는 박수갈채가 햇살처럼 쏟아졌습니다. 족구경기는 패자가 없었지요. 경기가 끝나면 운동장에서 돼지고기와 두부김치에 막걸리 잔을 함께 나눴습니다. 일과 후에 진행돼 업무에도 지장이 없었고 모처럼 동료선후배간의 화합은 물론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일터의 활력소가 되었다고 입을 모았지요.
그 후 도청직원들의 정기건강검진 예산을 현실화해서 암 진단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직원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할 수 있는 건강관리실도 설치했지요. 노동조합과 함께 찾아가는 인사고충상담제 운영을 통해 직원들의 인사 불만과 고충을 해소하는데도 힘썼습니다. 이렇게 직원화합과 조직 활성화를 도모해 공무원 노사문화 우수행정기관 인증 및 노사문화대상기관 선정평가에서 광역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노사문화 행정기관 대상>을 받았지요.
무엇보다 노조와의 소통을 통해 서로 상생 발전하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 소중한 일이었습니다. 도청에서 일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이었지요.
경기관광공사 대표사원으로 일할 때도 노사소통을 통해 성과연봉제와 임금 피크제를 조기에 도입하고 Trip Advisor 등과 MOU를 체결하고 관광활성화를 위한 협업을 했습니다. 이렇게 노조와의 소통과 경영합리화를 통해 적자이던 경영수지를 3년 연속 흑자경영으로 이끌었지요. 이러한 성과로 2015년 한국문화관광산업대전 관광부문 대상, 2016 국민권익위원회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공사부문 내부만족도 전국1위를 차지했습니다. 노조가 조합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그리고 집행부와의 간극을 좁히며 협업을 통해 노사모두가 상생하고 발전하는 길을 찾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노조와의 갈등이 사회문제로 비화될 때가 있지요. 서로의 주장이 한 치도 양보 없이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소통을 하면서 전제조건을 내세우면 접점을 찾기가 힘들지요. 조건 없이 만나 소통하다보면 양보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생겨납니다. 마음을 열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오랜 세월 공직자로 일하면서 노조문제로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만 그럴 때일수록 더 가까이 더 많은 소통을 통해 갈등을 풀어냈습니다. 노조와 함께 하는 것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소중한 덕목이지요. 노사화합은 서로를 이해하는 길이자 상생발전의 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