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한창 창궐할 무렵,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0만 원을 기부한 어느 배우가 곤혹을 치렀지요. 일각에서 기부금액이 적다고 지적하며 문제 삼았고, 그의 선행은 한순간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억대의 금액을 기부한 스타들과 비교하며 중견연기자로 너무 적게 기부했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지요. 일부 네티즌들은 “이미지 메이킹이 목적인 것 같다.”, “생색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악플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비난에 그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고 인스타 그램 활동을 중단했지요. 공인으로 산다는 게 어렵다는 걸 실감했을 겁니다.
양주에 있는 ‘두리랜드’는 유명 배우가 만든 어린이 놀이공원입니다. 190억 원이 들어갔다는 이 공원은, 개장 이래 지난 30년 동안 입장료를 받지 않고 운영해왔지요. 그런데 올해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재개장하면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190억 원이 들어갔고 150억 가량을 대출받아 더는 무료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무료로 운영하다 요금을 받으니 일부에서 비난이 뒤따랐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그래도 긍정적으로 봐주는 분이 더 많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지요. 그의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가 묵직한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걸 돈 벌려고 하겠습니까. 돈 벌고 싶으면 안 쓰고 갖고 있는 게 낫겠죠. 하지만 내가 죽더라도 두리랜드가 어린들에게 오래 기억됐으면 해요. 그건 '자긍심'입니다. 사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내 표정도 좋아졌어요.” 저는 그 배우의 말을 믿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돈도 안 되는 걸 왜하느냐고 만류했지만 오직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놀이공원을 만들었다는 그 분의 진정성을 믿고 있지요. 더 나아가 빚더미 속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원 운영을 멈추지 않았던 그 열정이 오히려 부러울 따름입니다. 가치 있는 인생이지요.
뽀빠이로 불리며 6백 명에 가까운 심장병 어린이를 수술시킨 분도 성금을 일부 유용했다는 오해로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밤무대 출연까지 하며 아이들을 도우면서 우정의 무대로 이름을 날리고 심장병 어린이들을 돕는 어린이들의 우상에서 갑자기 추락한 것이지요. 오랜 날들이 지나 재판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이미 그의 인생은 치명타를 맞은 뒤였습니다. 미국으로 떠나 궂은일을 하다 돌아왔지만 그가 설 곳은 없었지요. 그 일이 恨이 맺혀 그는 지금도 무혐의 불기소 증명원을 지니고 다닌다고 합니다. 너덜너덜해진 가슴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것이지요.
100만 원을 기부한 배우를 비난하는 사람 중엔 단돈 100원도 기부하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은 단돈 100원도 기부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기부금액이 적다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요. 오랫동안 놀이공원을 무료로 운영하다 은행 빚 때문에 유료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던 배우를 비난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이들은 당연히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의의 기부금액이 적다고 비난받고 놀이공원을 유료로 전환했다고 비난받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래서는 안 됩니다. 기부는 배틀(battle)이 아니고 그 자체로 소중하니까요.
사람들은 자신을 제대로 살피지는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곧잘 비난하곤 합니다. 남을 비난하기에 앞서 과연 자신이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돌아봐야지요. 자신에겐 관대하면서 남에겐 한없이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결국 그 비판이 비방으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늘 자신을 비춰봐야지요. 잘못은 앞에서 말하고 칭찬은 뒤에서 말해야 하는 법입니다. 미움을 앞세우면 상대의 장점이 사라지고 사랑을 앞세우면 상대의 단점이 사라지는 게 삶의 근본 이치이지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마음으로 기부하며 사는 분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