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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에 위로가 된 트로트

홍승표 2020. 12. 30. 16:31

코로나19시대에 위로가 된 트로트^^

 

'코로나19’가 창궐하는 바람에 일상이 멈춰져 방콕(?) 생활로 힘들 때 위안이 되고 힘이 된 방송이 있었지요. ‘미스터 트롯’입니다. 많은 사람이 의기소침하게 지내던 무렵에 이 프로그램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는데, 시청률 35.7%라는 기록이 이를 방증해 줍니다. 1만 5000명 참가자 중 일곱 사람이 영예의 진(眞) 자리를 두고 펼친 결승전에서 ‘실시간 국민투표’ 참여자가 무려 770만 명이 넘었습니다.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국민투표로 집계에 문제가 생겼고, 결국 다음날 특별 생방송을 긴급 편성해 발표를 진행했지요.

대단원의 막을 내린 미스터 트롯 결승에서 대망의 우승을 차지해 왕관을 쓴 이는 임 영웅입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진으로 호명되자 눈물을 흘리며 큰절을 올렸습니다. ‘결승 방송 날이 아버지 기일이었는데, 아버지가 주신 특별한 선물인 것 같다’는 우승 소감은 시청자를 울렸지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려워진 환경 속에서 홀어머니 손에 자랐다는 가수 임 영웅, 그의 왼쪽 뺨에는 큰 상처가 있습니다. 담벼락에 꽂힌 유리병에 얼굴이 찍히는 사고가 났는데, 돈이 없어 제대로 수술을 받지 못하고 30바늘로 꿰매기만 해 흉터가 남았답니다.

 

포천이 고향인 임 영웅은 중학교 시절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고등학교 때 태권도로 방향을 틀었고, 대학에서는 실용음악으로 다시 전공을 바꿨다고 합니다. 그러나 험난했던 가수의 길. 생계가 어려워 군고구마 장사,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했다고 합니다. 미스터 트롯 경연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의 눈물에는 이 같은 온갖 역경이 담긴 것이죠. 아들을 홀로 키운 그의 어머니와 자리에 함께 한 할머니의 북받쳐 오르는 눈물이 다시 한번 시청자를 울렸습니다.

 

결승에 진출한 다른 가수도 영웅이지요. ‘탁 배기’나 '찬 또 배기', ‘트바로티’ 등의 애칭이 붙은 이들의 노래는 코로나19로 힘든 우리들에게 큰 위로가 됐습니다. 관심과 사랑은 부모에게도 이어졌지요. 임 영웅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에 유명 배우가 찾아오는 등 손님이 몰리고, 이 찬원의 어머니 식당은 매출이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합니다. 미스터 트롯에 출연한 가수를 앞세운 광고가 이어지고, 전화 신청을 받아 이들이 노래를 불러주고 선물도 하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고 있지요.

 

K-POP은 이미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한류가 앞으로는 트로트가 한류 열풍을 부채질할지도 모르지요. 중년 이상 계층에서나 향유되는 것처럼 여겼던 트로트가 세대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사랑받게 된 것은 ‘미스 트롯’이 불을 붙이고 ‘미스터 트롯’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부르는 이나 듣는 이나 나이 든 계층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던 트로트 장르에 젊은이가 대거 참여한 것이 열풍 비결의 큰 축이었지요. 댄스나 힙합 음악에 치우쳐 있던 젊은이의 눈을 다른 장르에도 관심을 두게 한 계기였고, 이는 방송에서 보고 듣기 쉽지 않았던 트로트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열풍이 K-POP으로 이어졌고 방탄소년단 같은 그룹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요. 한나라의 품격은 경제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문화수준이 뒷받침되어야만 격을 갖춘 나라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트로트가 대세지만, 다음에는 또 어떤 장르가 주류를 이룰지 너무 한곳으로 쏠리는 현상은 다양성 측면에서 환영할 일은 아니지요. 음악이든 미술이든 문학이든, 또는 다른 어떤 분야에서도 서로 다르지만 잘 공존하는 게 올바른 방향입니다. 덧붙여 한 나라의 국력을 경제력에 기준을 두던 시대는 이미 급속히 멀어졌지요. 특정 분야에서 우수하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문화나 예술적인 가치, 국민수준까지 곁들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