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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워킹 맘(working mom)^*^

홍승표 2021. 9. 29. 07:36

홍 사장! 순댓국 한 그릇 합시다.” 경기관광공사 대표사원 임기를 마친 직후, 친분이 있는 전직 언론인 한 분이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미 대표사원에서 물러났는데 여전히 사장이라 부르면서 말이지요. 그분을 만나 수원역 인근의 순댓국집에 갔습니다. 막걸리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어쩐 일로 불현듯 저를 찾았는지 궁금해서 물었지요. “성희가 사표를 써서 가져갔는데 홍 사장이 휴직원으로 바꿔오라 했다며? 딸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르겠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몰라! 진작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현직에 있을 땐 좀 그래서 미뤘지. 이젠 퇴직했으니 부담이 없을 것이라 생각해 점심이나 하자 그랬지...”

 

경기관광공사에서 일할 때 그분의 따님이 회계담당이었는데 착실하게 일을 잘해 평판이 정말 좋았지요.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사표를 내밀었습니다. 이미 육아휴직을 2년간 했는데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다시 휴직을 해야 할 형편인데 다른 직원들에게 미안해 그만둬야겠다는 것이었지요. “괜찮아! 휴직원으로 바꿔 써와!” 일 잘하는 능력 있는 직원이 아이문제로 그만두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란 후에 다시 직장을 갖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지요. 퇴직 직전에 휴직 중인 그가 찾아왔습니다.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휴직처리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며 잊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갔지요. 그 때 그리한 게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남시 국장으로 일하는 아내의 친구 아들 주례를 선 일이 있지요. “여보! 나도 공무원 계속했으면 국장을 했겠지?” 주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뜬금없이 한마디 던졌습니다. “그럼, 국장하고도 남았겠지!...” 한동안 침묵이 흘렀습니다. “사실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게 당신을 그만두게 한 일이야!” 광주군청에서 함께 일하던 아내와 결혼을 한 달 정도 앞두고 그만두라고 했고 아내는 사표를 냈지요. 그 후 전업주부로만 살아온 아내에게 늘 가슴 한 구석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전업주부로 가정만 지키는 것은 의미 있는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아내도 함께 일하던 여자동창이 국장으로 승진한 게 부러웠던 속내를 내비친 것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녀석이 군대엘 갔을 때 아내는 멘 붕(mental 붕괴)에 빠졌었지요. 갑자기 닥친 외로움과 허탈감을 주체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살짝 우울증 증세마저 보였지요. 다행히 보육교사 교육원을 다니고 어린이 집 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들이 제대 후 어린이 집을 그만두고 다시 전업주부로 살았는데 아들 녀석이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나게 되었지요. 1년 정도를 다시 멘 붕 상태로 지내는 것을 보면서 공직을 그만두게 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여직원이 사표를 들고 왔을 때 가정만 지키는 것은 아니라며 반려시켰던 것이지요. 경기도청 노사연찬회 특강 때에도 이런 생각을 간곡하게 전했는데 모두 공감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워킹맘(working mom)은 직장 생활과 육아를 동시에 해 나가는 여성을 뜻하지요. 예전엔 전업주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여성의 경제 활동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요즘엔 직장여성이 늘어나면서 남성이 일을 그만두고 가사와 육아를 맡는 가사전업 남편도 생겨나고 있지요. 워킹 맘의 가장 큰 고민은 육아와 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고 어떻게 하면 둘 다 잘 해 나갈 수 있을까하는 게 고민이지요. 많은 워킹 맘들이 육아 스트레스와 집안 일, 직장의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일이지요. 워킹 맘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가족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만, 워킹 맘을 위한 전폭적인 정부지원이 뒤따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