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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2021, 영신2022' "희망의 끈을 놓지 맙시다."^^

홍승표 2021. 12. 22. 10:28

희망의 끈 놓지 맙시다.”

 

거스름돈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칠천육백 원 맞는데요?”

전에는 만 원 내면 거스름돈이 몇 백 원 정도였는데.”

아이참! 이제 만 육십오 세가 넘으셨잖아요.”

 

지난봄 산행하다가 미끄러진 적이 있습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나무를 붙잡다가 몸이 뒤틀려 허리에 충격이 왔지요. 한의원에 들렀는데, 진료비가 전보다 적게 나왔습니다. 의아해서 물었더니 경로우대를 적용해서라는 것이었지요. 기분이 묘했습니다. 돈이 덜 드니 좋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나도 별수 없이 이제 늙은이 취급받는구나!’ 하는 생각에 좀 씁쓸했지요. 예비군복을 벗을 때도 비슷했었습니다. 이젠 훈련을 안 받아도 된다는 생각보다는 내 청춘이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하는 감정이 더 컸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국가 공인 노인이 됐으니.

며칠 전, 시장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아내가 뜬금없이 카카오 톡(Kakao Talk) 으로 사진 한 컷을 보냈지요. 앞서가던 저의 뒷모습을 찍은 건데, 민망할 정도로 머리털이 허룩해 보였습니다. 허허함에 가슴이 시렸지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이면 사랑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새삼스럽게 아내가 저에게 새로운 사랑의 감정을 싹틔웠을 리는 없을 테고, 아마 내 남편도 세월엔 별수 없구나!’ 하는 안쓰러움이 더 컸을 겁니다. 기분이 묘했지요. 저는 아내가 보내준 사진을 보며 그저 허공을 향해 헛기침만 몇 번 날리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제 뒷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더군요. 현역 은퇴 후에야 비로소 지난 삶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만, 생각은 많아졌으되 이를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이성이라는 채에 걸러내는 일에는 소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인생 60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니, ‘있었습니다.’라고 해야겠지요. 100세 시대 운운하는 마당에 이제는 인생 70부터라고 해야 맞는 말일 테니까요. 60부터든 70부터든 그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늙은이가 아니라 어른이나 어르신이 돼야지요.

 

사실, 어지간히 바쁘게 살았습니다. 이제 좀 여유가 생겨 곰곰 지난날을 돌아보니 참 아쉬운 일이 많더군요. 물론, 열심히 살았고, 나름대로 인정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너무 일에만 매달려 정작 가장 소중한 이들에게는 등한시했습니다. 많이 부족했지요.

 

저를 작은아버지라고 부르는 녀석이 코로나 19’로 장사가 안 돼 문을 닫게 됐습니다. 어려워진 사람이 어디 한둘이 아니겠지만 여전히 끝이 안 보인다는 게 답답할 뿐이지요. 상황이 좀 나아졌다고 섣불리 자랑할 게 아니라, 상황이 좀 악화했다고 단기적인 처방을 내릴 게 아니라, 좀 차분히 시야를 넓혀 대처하는 안목이 아쉽습니다. 오락가락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국가 지도자나 정치인 중에서도 어른이 좀 보였으면 좋겠는데.

이래저래 허전함이 가득한 연말입니다. 올해에는 허름한 선술집에서 눈물 젖은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이 예년보다 훨씬 많겠지요. 주거니 받거니 몇 순배로 허전함이 가실 리는 없겠으나 추운 겨울을 견뎌낸 매화가 맑은 향기를 낸다.’는 말이 있듯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지리니!’ 힘든 시간을 이겨내면 그 성취가 더욱더 값지지 않겠는지요. IMF 환란 때보다 더 힘들다는 작금의 시기를 잘 견디는 우리, 서로 따뜻한 위로와 존경의 박수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새로운 햇덩이가 솟구쳐 오르듯 포효하는 호랑이처럼 새해를 힘차고 보람차게 맞이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