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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정국엔 설날 세뱃돈도 사치입니다.^^

홍승표 2022. 1. 27. 11:12

코로나 정국엔 설날 세뱃돈도 사치입니다.

 

코로나 19 상황이 심상치 않아 총리 담화까지 나왔으니 오전 10시에 곤지암 밤나무골 산소에서 4형제만 만나 성묘하고 헤어지는 게 좋겠다.”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김부겸 총리가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날 저녁, 4형제 카카오 톡 방에 큰 형으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그날 김 총리는 이번 설 연휴 동안 많은 사람들이 지역 간에 활발히 이동하고 서로 만나게 된다면 이것은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설에도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지요. “연휴동안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조용한 명절을 보내는 것과 백신 접종에 동참하는 것이 지금 스스로와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우리 공동체를 지켜내기 위해서 중요한 원칙이라고도 했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니 별일이 다 생깁니다. 설날은 한가위와 함께 우리나라 최대명절로 손꼽히는 날이지요. 이순을 넘게 살면서 설날과 추석명절에 세 번 연속 가족들이 모이지 못한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어린 시절, 명절은 그야말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날이었지요. 특히 설날은 어르신들이 주시는 세배(歲拜) 돈에 대한 기대로 더없이 기다려지는 날이었습니다. 그 당시엔 세뱃돈을 주는 어른이 그리 많지 않았지요. 양조장을 하거나 방앗간을 하는 이른바 동네에서 소문난 몇몇 부잣집 어른을 빼놓고는 대부분 떡과 과일을 내놓는 것이 상례였습니다. 그나마도 얼마 안 되는 세뱃돈도 엄마에게 맡기면 그 후로는 대부분 오리무중인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이제 시대가 변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뱃돈을 안주는 어른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그러나 세뱃돈은 어디까지나 주는 사람마음이지 받는 사람의 희망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요. 저 역시 직장엘 다니기 시작하면서 설 명절이 부담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세뱃돈을 주어야하는 위치로 바뀌었기 때문이었지요. 결혼 후엔 번성한 집안에 처가댁까지 하면 조카들만 스무 명이 훨씬 넘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께도 손주들에게 주실 세뱃돈을 일부 보충(?)해드려야 하니 부담이 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요. 설날 연휴가 끝나고 돌아올 때, 저는 거의 거지(?) 수준인데 아들 녀석은 두툼해진 주머니를 어루만지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 게 부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일부 은행과 백화점등에서 세뱃돈으로 쓸 새 돈을 바꿔준다고 합니다. 마케팅의 일환이자 고객에 대한 서비스차원이겠지요. 그러나 이러한 일이 오히려 세뱃돈을 당연히 주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어쨌거나 올해는 세뱃돈의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요. 코로나19로 전반적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워 사람들의 주머니사정이 여의치 않은데다 마음마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입니다. 마음까지 얼어붙은 것은 내일에 대한 희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반증이지요.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니 모두 불안하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정말로 사정이 어려워 고향엘 가고 싶어도 못가는 사람도 있을 테지요. 그들은 설날이 차라리 없는 것만도 못한 명절이라는 생각에 몸서리칠지도 모릅니다. 아예 고향 가는 일은 꿈조차 꾸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노숙자들이 그러한 사람들입니다.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지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 없다면 살아가는 게 의미 없는 일입니다.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모두 불행한일이지요. 코로나19로 모두 힘겨운 요즘 세상엔 세뱃돈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래저래 설날 명절분위기가 어둡고 어수선하지요. 그래도 모두가 행복한 명절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