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본질
“잘 모르고 믿으면 그게 미신”
“성인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나를 믿어야 구원받는다고 싸우진 않을 것입니다.”
“종교의 본질을 벗어난 일부 교인이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는데, 부끄러운 일입니다.”
“미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잘 모르고 믿으면 그게 미신입니다.”
종교 문제는 참 어렵습니다. 언론에서도 종교 관련 보도에 매우 조심스러워합니다. 특정 종교를 다루면 다른 종교가 불편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지요. 정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의 영역을 거론하기를 극도로 꺼리지요. 그런데 지난 연말 《다수의 수다》라는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종교의 갈등과 화합〉이라는 주제로 자유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한 종교인은 ‘외국의 종교학자들은 한국을 특이한 나라로 본다.’면서 ‘한국은 다양한 종교가 존재하는데 의외로 다른 나라보다 종교 갈등이 적다’고 말했지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종교 때문에 참혹한 전쟁까지 불사하는데, 이와 비교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종교의 최고 가치는 비폭력과 평화입니다. 평화를 주지 않는 종교는 존립 의미가 없습니다.”라고 강조했지요.
또 다른 종교인도 “평화를 위해 종교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종교 간에도 평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라고 역설했습니다. 다른 종교인도 거들었지요. “종교가 보살펴야 할 우선적인 대상이 사회적 약자입니다. 이들에게 다가갈 때 교리를 내세우기보다는 따뜻한 손길을 먼저 내밀어야 합니다. 서로 힘을 모아 사회에 봉사하는 게 종교 화합의 첫걸음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편견부터 버려야 합니다. 가르침이 중요한 것이지 어떤 종교인지는 불필요합니다. 부끄러울 땐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 부끄러운 나의 존재를 끝없이 고민할 수 있다면 다른 종교라도 상관이 없습니다.”라는 말도 나왔지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과 입적한 법정 스님은 가톨릭과 불교를 대표하는 종교 지도자입니다. 두 분은 종교계를 뛰어넘어 사회 전반에 커다란 가르침을 주었는데, 종교 화합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셨지요. 김 추기경은 길상사 개원 법회에 참석해 축사했고, 법정 스님은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발행하는 평화신문에 성탄 메시지를 기고했습니다. 법정 스님은 명동성당에서‘나라와 겨레를 위한 종교인의 자세'라는 특별강연을 통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지요. 이 어려운 세상에 두 어른이 계셨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 큰 위안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날 출연한 종교인들도 자신이 직접 체험한 종교 화합의 여러 사례를 들었지요. 성진 스님은, 신자가 없는 곳에서 특수 사목으로 일하는 하성용 신부를 크리스마스 당일 청년 법회에 초대한 사실을 밝혔습니다. 김진 목사도 크리스마스 특별 법회에 자신이 초대됐던 일을 상기하며 성탄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불자들에게 예수의 생애와 관련해 설교한 경험담을 전했지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종교들은 각각 종교인의 길을 택한 계기, 수련 과정에서 있었던 일화, 상담자의 역할, 그리고 신자들의 갈등 등 여러 이야기를 전했는데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 잘 사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은 깊은 울림을 주었지요.
교리 공부 좀 했다고 아는 체하고 다른 종교를 깔고 뭉개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만, 참 믿음을 모르면 얼치기 교인일 뿐입니다. 종교의 화합은 곧 사회적 갈등의 치유와 국민화합과도 연결됩니다만 종교의 본질을 벗어나면 세상이 혼란해지지요. 내 종교가 소중하면 다른 종교도 소중한 법, 종교의 본질을 새삼 깨우치게 한 종교인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함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