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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에 더 매력있는 치 맥, ^^

홍승표 2022. 7. 12. 10:29

고향의 면사무소에서 면서기로 회계와 새마을 업무 담당으로 일할 때, 토요일은 오전 근무였습니다. 어느 토요일 오후, 계장이 서울에 가자고 해 따라나섰지요. 서울의 마장동 시외버스 터미널에 계장 친구 한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자가용에 타고 종로로 향하던 중 계장이 뭘 먹고 싶으냐고 묻더군요. 주저 없이 통닭이라고 답하니 좋은 게 많은데 왜 하필 통닭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여름방학 때, 우리 집에 놀러 온 이종사촌 형이 왜 이곳엔 통닭집이 없느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본 적이 없으니 통닭이 뭔지도 몰랐지요. 아무튼 내 의견대로 통닭집으로 갔습니다.

120만이 찾은 2022 대구 치맥 페스티벌

닭을 통째로 기름에 튀긴 것이 통닭, 정말 꿀맛이었지요. 시원한 소맥’(소주+맥주)에 곁들여 먹으니 환상적이었습니다. 저녁을 먹어야 하니 그만 먹자 했지만, 나는 저녁을 안 먹을 테니 한 마리 더 시켜달라고 졸랐지요. 추가로 시킨 통닭을 거의 혼자 다 먹어 치웠습니다. 잘 먹는 게 좋아 보였는지 계장 친구는 통닭 정도는 얼마든지 사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청계천 상가에서 공구 가게를 해 돈 좀 벌었다고 했습니다. 통닭 맛을 잊을 수 없던 나는 이후 두어 달에 한 번씩 서울에 가곤 했지요. 계장이 친구 분을 만나면 굳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언제나 발걸음은 통닭집을 향하곤 했습니다.

 

군 생활 때, 아버지가 혼자 첫 면회를 오셨지요. 외출 허락을 받아 나갔는데 뭘 먹고 싶으냐고 해 망설임 없이 통닭을 사달라고 했습니다. 한 마리를 거의 혼자 먹어 치우고, 다른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고기를 굽고 김치찌개까지 먹었지요. 아버지 지갑이 헐렁해졌을 겁니다. 그래서는 아니었겠지만, 그 후 아버지 면회는 없었지요. 농사가 바빠 못 오셨을 겁니다. 가끔 외출했던 선후배가 통닭을 사 들고 왔지만, 계장 친구나 아버지가 사 주었던 맛이 아니었지요. 통닭은 튀기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먹어야 제 맛입니다. 군 제대 후에야 동네에도 통닭집이 생겼는데, 얼마나 기뻤는지.

아들도 통닭을 좋아했습니다. 다만, 명칭이 좀 달라졌지요. 1980년대 초 수원으로 이사했을 때만 해도 튀긴 닭은 통칭 통닭이라 했는데, 1990년대 들어 치킨이란 명칭이 대세였습니다. 통닭의 본래 뜻은 자르지 않은 통째로 튀긴 닭이지요. 치킨도 본래 해석이라면 그냥 닭이지만 통닭과 다른 건 닭을 조각 내 튀긴 것입니다. 요즘에는 통닭이든 치킨이든 다 치킨으로 통하지요. 아들 덕에 나도 통닭에서 치킨으로 입맛이 길들었고 맥주까지 곁들여 풍미가 더했습니다. 아들입대 후, ‘치 맥’(치킨+맥주) 얘기를 꺼냈다가 아들은 군()에서 고생하는데 그게 먹고 싶으냐?” 핀잔을 듣기도 했지요.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과 동남아에 치 맥열풍이 일었고 치 맥 체험이 인기관광 상품이 됐습니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시절, 중국 시안(西安)에 갔을 때, 현지인들이 치 맥을 먹자고 해 놀랐지요. 수원의 통닭 거리는 관광명소가 되었고, 매년 열리는 대구 치 맥페스티벌엔 백만 여명의 관광객이 찾아듭니다. 대구는 치킨의 성지(聖地)이지요. 세계최초로 양념치킨을 개발한 주인공도 윤종계라는 대구사람입니다. 지난 6일부터 닷새간, 대구 두류공원 일원에서 3년 만에 열린 치 맥페스티벌엔 120만 명의 내, 외국인이 찾아드는 대성황을 이루었지요. 우리나라 치킨브랜드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