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이 시작된 2000년, 새로운 기록이 탄생됐지요. 그 기록은 지금도 깨어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깨어지기 어려운 세기적인 기록으로 남을 공산이 큽니다. 국회의원 선거결과 단 3표차이로 당락이 갈린 것이지요. 2000년 4월,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광주군 선거구에 출마한 박혁규 후보가 새천년민주당 문학진 후보에게 단 3표 차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문 후보는 소송을 냈고, 첫 공판에서 재검표까지 갔을 때 표차가 2표 차로 줄어들었지요. 그 후, 당시 소송에서 당시 문제 제기된 표가 42표에 달해, 대법원까지 가게 되었고 각각의 표에 대해 대법관들이 확인을 한 뒤 판결했는데 다시 3표차가 되었지요.
대법원의 최종판결결과에 따라 3표차가 공식 결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공식기록은 지금도 3표 차이로 남아 있지요. 그 이후, 박혁규·문학진 양 후보는 ‘박 세표’와 ‘문 세표’라는 별칭이 따라붙었습니다. 역대 국회의원 선거 사상 최소표차 낙선 사례였지요. 그 후, 어느 선거에서도 이 기록은 깨어지지 않았고 영원히 깨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전설 같은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당시, 나는 경기도 서울사무소장으로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에서 일했지요. 서울사무소는 경기도가 국회와 정부 부처와의 협업에 따른 자료제공과 수집을 하는 일을 했습니다. 당연히 고향 선배인 박 의원을 찾았고 고맙게도 내 일처럼 앞장서 주었지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고향 후배가 서기관으로 승진해 가까운 곳으로 왔다고 저녁을 사준 일이 많지요. 그런데 한 번도 밥을 먹은 일이 없습니다. 서로 술을 좋아해 해병대 선배가 운영한다는 고기 집에 자주 들렸는데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났기 때문이지요. 지금도 가끔 고향인 광주엘 가면 박혁규 전 의원을 만나곤 합니다. 한 동네에서 자랐고 초, 중, 고등학교 2년 선배인데다 아직도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입담이 좋아 좌중을 압도하는 그의 무용담은 웬만한 액션영화보다도 훨씬 흥미진진합니다. 그 당시 대법원까지 항소를 한 문학진 후보는 주민들의 미움을 받아 결국 하남시로 지역구를 옮겼고, 박 의원은 재선에 성공했지요.
지방선거 후, 안산시장 선거 재검표가 최근에 있었습니다. 이날 투표지 검증은 전체 투표지 계수, 후보자별 투표지 검증, 이의제기 투표지 처리, 위원 검열, 검증 결과 공표 순으로 진행됐지요. 투표지 검증을 위해 제종길 후보와 이민근 시장 참관인, 선관위원 등 100여 명 이상이 투입됐습니다. 재검표 결과 당초 181표에서 179표 차이로 이민근 현 시장이 최종 승리한 것으로 끝났지요. 두 후보의 표 차이가 2표 줄긴 했으나 당락은 뒤집히지 않았습니다. 제종길 후보는 재검 비용 5000만원을 선납했다. 한 표당 2500만원이라는 비용이 든 셈이지요.
역대 선거에서 재검표를 한 경우 한 번도 당락이 바뀌진 않았습니다. 선거 관리가 엄정하고 정확하게 진행된다는 방증이지요. 선거가 끝나면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게 마땅한 일입니다. 당선인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이지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석패한 김은혜 후보가 좋은 사례입니다. 그는 개표 시작 후, 시종 앞서가다 개표 마감을 앞두고 역전되자 선거 캠프로 나와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지요.
“김동연 후보님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기도의 발전에 여야가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협치(協治)해서 좋은 도정으로 도민 여러분께 보답해주시길...” 그리고 5일 동안 경기도 내 시·군을 돌며 낙선(落選)인사를 하다가 과로로 쓰러져 입원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