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 지사께서 내일 마산에 가 태풍 ‘매미’ 피해 복구 활동을 하는데, 과별로 1명씩 가야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죠?” “그래요? 제가 가지요.”
2003년 추석 연휴가 끝나갈 무렵, 주무 팀장의 자원봉사활동 인원 차출 상의 전화에 두말없이 내가 가겠다고 나섰습니다.
다음날 일찍, 자원봉사를 희망한 83명 직원과 함께 마산으로 향했는데, 도착하자마자 좀 아찔해졌지요. 마산공동어시장에 쓰레기와 흙이 말 그대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손학규 지사가 참 대단했지요. 직접 리어카를 끄는 데 얼마나 힘과 지구력이 좋은지 따라다니던 수행비서가 먼저 지쳐 나가떨어질 정도였습니다.
준비해 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다시 일을 시작했으나 대다수 직원은 이미 지친 표정이 역력했지요. 하지만 지사가 밀짚모자를 쓰고 쉴 틈 없이 손수레를 끌고 뛰어다니는데 꾀를 부릴 수는 없었습니다. 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에 많은 상인들도 놀라는 눈치였지요. 보통 서너 시간 일하고 돌아가는데 그러지 않으니 특별해 보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상인회장의 만류에도 끝까지 남은 쓰레기를 깔끔하게 치우고 마무리했지요. 100대의 양수기와 10대의 집게차도 전달했습니다. 손 지사는 그렇게 쉼 없이 일하고도 직원 모두에게 일일이 소주잔을 건네며 고마움을 전했지요. 당시 손 지사가 50대 후반이었는데, 그라고 왜 지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도 그는 리더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던 것입니다.
그해 12월에 마산시, 시의회, 마산어시장번영회 일행이 경기도청을 방문했습니다. 이들이 손 지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는데, ‘지난 9월 12일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보았으나 손 지사를 비롯한 경기도민이 직접 수해복구 활동에 참여하는 등 아낌없이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 신속하게 복구가 이뤄지고 주민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는 내용이었지요. 일행은 전어 젓갈 3㎏과 생선회 100상자를 선물했고 이를 구내식당에 풀어놓아 전 직원이 이 특식 덕에 입 호강을 했습니다.
전이진 마산어시장 번영회장은 ‘경기도 지원에 힘입어 공동어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고 했지요. 소중한 인연은 오래도록 이어지는 게 세상 이치입니다. 마산어시장 번영회와의 인연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지요. 2006년 여름 경기도가 폭우로 수해가 발생하자, 상인들을 이끌고 안성시 안성천 부근의 수해 지역 복구 작업을 도왔습니다. 태풍 '매미'가 마산을 휩쓸었을 때, 지사와 도청직원들이 앞장서 봉사활동을 펼쳐준 은혜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먼 길을 달려온 것이지요.
이날 수해복구 활동을 펼친 마산어시장 상인들은 “TV를 통해 경기도 피해 현장을 보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늘 경기도가 도와준 것을 빚이라고 여기며 살아왔기에 도와드리는 게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상인들은 명절에 하루 쉬는 것도 벌벌 떠는 사람들인데 보답하는 마음으로 하루 장사를 과감히 포기하고 왔다”고도 말해 뭉클한 울림을 주었지요. 이런 게 살만한 세상일 것입니다.
각박해진 세상이라지만 따뜻한 마음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일이었지요. 사실, 이때만 해도 사회봉사가 널리 정착된 시절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트렌드로 확산하는 추세이기는 했지만, 오늘날처럼 시대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은 때는 아니었으니 경기도와 마산어시장번영회 관계는 모범 사례가 될 만했지요.
이웃과 나누고, 봉사하고, 서로 돕는 일은 예부터 끊이지 않고 내려오는 미풍양속입니다. 나눔과 봉사를 통해 얻는 따뜻하고 넉넉한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행복이지요. 살아가는 이유와 삶의 가치가 빛나는 소중한 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수해복구 활동을 펴고 있지요. 이 귀한 기쁨, 나눔과 봉사는 남을 돕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나를 돕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