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전국노래자랑’을 이끌어온 고(故) 송해 선생의 뒤를 이어 방송인 김신영이 새 MC로 깜짝 발탁됐습니다. ‘전국노래자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KBS 대표 장수 음악 프로그램이지요. 1988년부터 고(故) 송해 선생이 34년 동안 진행을 맡아왔으나 지난 6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올해 들어 송해 선생이 건강상 이유로 하차 의사를 밝히면서 후임 MC는 누가 될까 하는 게 국민적 관심사였지요. 이상벽, 이상용, 임백천, 이택림 등과 강호동, 유재석, 이수근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베테랑 방송인들이 거론되어 왔습니다. 김신영이 발탁된 게 파격적이라는 평이 나도는 이유이지요.
김신영이 MC로 낙점된 건 프로그램이 젊어지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그는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등을 진행하며 능력을 선보였지요. ‘셀럽 파이브’와 ‘둘째 이모 김다비’로 가수 활동도 했습니다.
얼마 전,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면서 깜짝 놀랐지요. 형사로 나온 그의 만만치 않은 연기력을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파격’이라는 말 뒤에는 과연 국민 MC 송해 선생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뒤따르지요. 그러나 장수 프로그램이자 시청자의 거의 대부분이 어른들인 ‘전국노래자랑’이 폭넓은 사랑을 받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의 한수’가 될 수도 있지요.
그는 지난 3일 그의 고향인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진행된 ‘전국노래자랑-대구광역시 달서구 편’ MC로 신고식을 가졌습니다. 이날 3만여 명 시민 앞에서 새 MC로 무대에 오른 그는 2시간 동안 ‘엄지 척’ 포즈를 취하거나 손 하트를 날리는 등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선보였지요.
그는 ’전국 노래자랑‘ 새 MC로 발탁된 게 ‘가문의 영광’이라며 “제 건강과 국민 여러분이 허락해주실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 제 인생 모든 것을 '전국노래자랑'에 바치겠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는 “고 송해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시청자들에게 열심히 배우겠다.”고도 했지요. 이날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 김신영은 따뜻하고 편안한 진행 솜씨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전국노래자랑’ MC는 결코 간단치 않은 자리이지요. 이 프로는 단순한 장수 예능프로가 아닙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가 지역을 지키며 사는 주민들을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게 하는 프로그램이지요. 그 무대에는 5살 어린이부터 여든을 훌쩍 넘긴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지역과 모든 세대를 아우르고 자신이 아닌 지역주민들을 부각시키는 MC가 필요한 이유지요.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몸짓으로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개그우먼으로 20년을 살아온 김신영은 단순한 개그우먼이 아니지요. 그는 여성으로 남성캐릭터를 소화하는 폭넓은 영역을 선보였습니다.
그가 연기한 ‘행님아’는 개그프로 ‘웃찾사’의 간판 코너가 되었지요. 그는 이 코너를 통해 웃음을 넘어선 해학과 페이소스를 안겨주었습니다. 단순한 기량을 넘어 삶의 철학과 가치관을 갖춘 개그우먼이라는 평가를 받았지요. 이처럼 “행님아!”를 외치며 더벅머리 소년 연기를 했던 그는 ‘셀럽 파이브’ 멤버와 ‘다비 이모’가 되었고 연기자로 새로운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의 몸짓이 깊이와 넓이를 더한 것은 삶의 굴곡을 겪으며 그 경험들이 나이테처럼 녹아들었기 때문이겠지요. ‘친화력’ ‘성실성’ ‘순발력’을 두루 갖춘 그의 역량에 따라 ‘신의 한수’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송해 선생을 넘어서는 명MC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