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그 황당한 상황을 모두 해결해줄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요. 바다 한가운데서 고기를 잡거나 물고기와 전복, 조개 등을 키우는 양식장에서 일할 때,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건 난감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는 일이 간단치 않지요. 사람에 따라서는 그냥 방뇨해도 바닷물이 정화해주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보면 안 될 일이지요. 바다가 오염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어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쯤, 미국으로 수출하는 남해안 양식 굴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 바이러스’가 검출돼 파장이 컸었지요. 대미(對美)수출이 전면 금지되고, 어민들은 졸지에 판로가 막혀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조사 결과, 주원인이 바다 오염이었고, 오염이 된 가장 큰 이유는 해양 환경에 관한 관심과 지원 부족인 것으로 결론이 났지요. 그중 한 가지가 무단 방뇨였던 것입니다. 이 일은 해양환경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게 된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후, 경남도청은 바다 한가운데에 공중화장실을 만들기로 했기 때문이었지요.
경상남도는 뗏목 위에 육지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화장실을 초소처럼 설치하고, 양식 어민이 배에서 사용한 이동식 화장실을 씻을 수 있는 처리장도 갖췄습니다. 이 공중화장실은 바다라는 특수한 곳이라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요. 시설 설치 작업 자체는 간단하지만 부서지거나 침몰하지 않도록 튼튼한 뗏목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 비용 6천만 원을 포함해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경남도청에서는 해양오염 관리와 시민의식 함양 차원에서 ‘바다 화장실’ 설치를 결정한 것이지요. 세계 최초의 일이었습니다.
10년 전부터 설치한 이 공중화장실은 지금은 남해군에서 거제시까지의 일대 17곳에 이르지요. 분뇨 수거량도 꾸준히 늘어 2019년 21.5t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63.7t이었으니 그만큼 이용객이 급증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하루에 보통 수십 명, 많게는 100여 명이 출입한다고 하지요. 일주일에 3번 청소와 정리를 통한 청결을 유지하고, 태풍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모든 화장실을 육상으로 끌어와 대피시키고 있습니다. 운영만 잘하면 10년은 거뜬히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요. 자체 정화시스템을 추고 있어 운영비 부담도 크지 않다고 합니다.
무조건 바다에 배설물을 버리지 말라 할 것이 아니라 경남도청 사례에서 보듯 대안을 마련하는 게 행정기관에서 할 일이지요. 경상남도는 바다 공중화장실을 통한 해상 오염원 방지 외에 공공하수처리시설 설치·확충을 통한 육상 오염원의 해양 유입 방지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해산물이 노로 바이러스에 오염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육상·해상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지요. 당연한 말이지만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게 사실입니다. 바다 공중화장실 설치는 참 잘한 일이고, 바다 오염을 줄이고 어민소득 증가에도 한몫을 했습니다.
유럽여행을 해본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공중화장실이 부족해 난감할 때가 많지요. 그것조차 돈을 내야 볼일(?)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아 이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한국인으로서는 황당하고 씁쓸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화장실 문화는 우리나라가 세계최고수준이지요. 어느 곳에서나 청결한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일 것입니다. 그런데 바다 화장실까지 마련돼 있으니 화장실에 관한한 세계최고수준이지요. 국민 삶에 관심을 두고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일, 그게 행정의 본분이고 그게나라의 품격도 높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