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관광공사 대표사원으로 일한 지 5개월이 채 안 됐을 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창궐했습니다.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는 전염성이 강한 호흡기 질환이었는데, 유언비어가 난무했지요. 급기야 정부가 “미확인된, 올바르지 않은 감염경로·치료법·예방법 등에 대한 정보가 떠돌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관계없다. 유언비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바로 처벌하는 엄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당시에는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국민적 불안감이 극에 달했지요. 여행업계는 졸지에 날벼락을 맞았고, 한순간에 황당한 사태를 맞은 경기관광공사와 관광업계도 넋이 나간 상태였지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장님! ‘메르스’ 때문에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베이징에 한번 가시지요.”
“메르스 종식 전에 사전 준비해서 끝나면 바로 갑시다.”
이때, 강동한 해외마케팅처장 제안이 기발했습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역발상이었지요. 멀지 않아 메르스가 종식될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하자는 것이었지요. 박정하 한국관광공사 베이징 지사장과 협의를 했고 그로부터 흔쾌히 중국여행업계 관계자들과 만날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7월 말경 메르스 종식 직후, 우리는 베이징으로 날아가 한국에 관광객을 많이 보내는 중국의 관광회사 대표 10여 명과 함께할 수 있었지요. 그들은 ‘찾아오는 한국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첫 번째로 찾아줘 고맙다.’며 우리를 환대해주었습니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지요. ‘북경라디오’와 인터뷰를 통해 경기도를 알리는 나름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해 9월 중순, 3,000명의 중국 ‘인센티브 관광객’이 경기도를 찾았지요. 이들을 위해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남경필 지사와 염태영 수원시장이 직접 참석하는 환영식과 축하공연을 열어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한국고전무용과 ‘페인터스 히어로(Painters Hero)’ 공연은 중국 관광객을 열광하게 했지요. 덕분에 수원·안산·화성·오산·용인 등의 숙박시설, 백화점, 재래시장, 식당도 큰 호황을 누렸습니다. 그 후, 중국의 한 MICE단체와 5만명 유치협약식을 가졌는데 베이징에 가서 중국 여행업계 대표들을 만난 게 좋은 결실로 이어진 것이지요. ‘관시(关系: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인 문화를 다시 한 번 실감한 소중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난 7~8월 두 달간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 조직위원으로 봉사했지요. 관광업계와 전문가들의 협업과 준비로 나흘 간 KINTEX에서 열린 국제 관광박람회는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나라의 관광기반을 튼튼히 하고 관광대국을 뒷받침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요. 일본이 10월 11일부터 외국인의 무비자 일본 개인 여행을 허용하고 하루 5만 명 입국자 상한을 철폐한다고 밝혔습니다. 벌써 김포~하네다, 인천~나리타 등 4개 일본 노선의 10월 예약자가 지난달보다 3배 증가했고 일본행 노선 증편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발 빠른 움직임에 경기관광공사가 9월에 일본과 태국,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경기관광마케팅을 펼친 건 박수 받을 일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소강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하지요. 그동안 국민들은 피로감을 넘어 박탈감까지 느끼게 되었고, 특히 관광업계는 말 그대로 초주검 상태입니다. 관광시장 생태계가 거의 괴멸(壞滅)된 상황이지만, 코로나 종식을 대비해서 관련 업계 종사자가 마음을 모아 다시 일어서야겠지요. 관광은 관광인만의 산업이 아닙니다. 중앙정부를 포함한 많은 기관이 공공재를 투입, 마케팅에 나서줘야 관광관련 산업에 도움이 될 테지요. 청와대에 있던 관광비서관이 사라진 게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부가 나서서 백화점, 화장품, 호텔, 요식 등 업계와의 협업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부와 관광업계가 함께 코로나 종식이후의 관광산업을 미리준비 하는 게 관광대국으로 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