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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부각하는 게, 나를 더 부각하는 것^^

홍승표 2022. 10. 17. 10:56

저보다 선배 사무관이 많습니다. 제가 가면 지사님도, 저도 욕먹습니다.”

모두 그 자리는 가기 싫다고 해서 국장에게 일임했더니 홍 비서관을 지목했습니다. 욕먹을 일 없어요.”

 

이인재 경기도 문화관광 국장은 일 욕심이 많고 추진력이 상당해 그가 관장하는 부서에 가기를 꺼렸습니다. 공석이었던 문화정책과장 자리에 후임을 물색하기가 쉽지 않자 임창열 지사가 국장에게 일임했고, 국장이 나를 지명했던 것이지요. 등 떠밀려갔지만 열심히 일했고, 저보다 나이가 어린 국장은 저를 따거(大哥:)라 부르며 예우해 주었습니다. 내가 그 부서로 가게 됐을 때 걱정 어린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차츰 인식이 달라졌지요. 이 국장은 장점이 많았다. 특히, 성과와 칭찬을 직원에게 돌리는 게 참 멋있었습니다.

이인재 전, 경기도 문화관광국장

홍 과장! 문화재단 전용 건물을 마련해 줍시다.”

1차 추경 때, 국장이 스페인 출장 중이라 지사가 나에게 지시한 것이지요. 급한 게 아니니 나중에 하자고 했지만, 지사는 추경 재원에 여유가 있다며 자신이 책임질 테니 건물을 사주자고 했습니다. 기본 방침을 결재 받아 건물을 사들였는데, 이듬해 행정자치부 정기 감사에서 문제가 생겼지요. ‘재단 기금으로 건물을 사야 하는 걸 일반예산으로 지원한 게 잘못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내가 주도한 일이니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요. 지사는 이미 퇴임한 뒤였고 실무책임과장은 나였으니 직원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결국 지만 징계를 받았으니 다행한 일이었지요.

 

이춘표 주택과장 참석했나요?”

하계휴가 중입니다.”

남경필 지사는 월례조회 중에 자리에 없는 이 과장을 칭찬하기 시작했습니다. “공공주택 필로티를 입주민이 독서실이나 휴식공간으로 쓸 수 있게 관련 규정을 바꾸었다면서, 국토부 등을 찾아다니며 도민편익 증진을 위해 큰일을 해준 이 과장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했지요. 이런 성과가 있으면 자신이 한 일인 양 자랑하는 이가 많은데 남 지사는 달랐습니다. 휴가 중이었던 이 과장에게 한동안 축하 전화와 메시지가 쏟아졌는데, 이 덕분이었는지 이 과장은 이후의 인사에서 일약 광명시 부시장으로 발탁됐지요. ‘나도 열심히 하면 인정받고 인사 특전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일이었습니다.

남 지사는 이 일 말고도 새로운 창안이나 모범적인 사업 실적을 거두면 해당 부서와 당사자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격려하곤 했지요. 특별한 성과가 없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각종 행사가 끝나면 으레 주관 부서 직원을 불러내 많은 사람 앞에서 박수를 유도했지요. 월 한 차례 열리는 도 단위 기관·사회단체장 모임인 기우회(畿友會) 행사에서는 모범 도민과 기업인을 초청해 표창하고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도민을 받들고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면 그만큼 활력이 더 생긴다는 걸 잘 아는 지사였지요. 유연한 생각과 순발력을 바탕으로 한 행보는 많은 도민들의 지지와 호응이 뒤 따랐습니다.

칭찬받을 일에는 자기가 나서고 곤란할 일은 다른 이에게 떠넘기는 공직자가 적지 않지요. 특히, 새 단체장이 전임 단체장의 잘못을 들추어 경찰에 고발하거나 상급 기관에 감사를 의뢰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전임자와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선지 모르지만, 이럴 때 별 잘못이 없는 공직자까지 애꿎게 곤욕을 치르게 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요.

()은 직원에게 돌리고 책임은 자신이 지는 게 지도자의 덕목입니다. 단체장이 이런 모습을 보일 때, 직원들이 믿고 열심히 일하기 마련이지요. 남을 부각하는 게 자신을 더 부각시키는 거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