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코발트 빛 하늘이 눈 시리게 푸르른 날 아침, 고양시 제2부시장으로부터 문자가 날아들었습니다. 아직 임기가 1년 6개월 이상 남아 있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시장께 사의를 표명했다는 메시지였지요.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동환 고양시장은 이 부시장이 경기도청에서 도시주택실장으로 일할 때, 도시계획위원으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시장 당선 후, 함께 일하자고 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의 선택은 의외였지요. 무슨 일이 생겼나 궁금했습니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모든 게 평안하고 고요합니다. 마음이 가볍고 넉넉하지요. 평안한 것은 마음에 걸림이 없다는 것이고 마음에 걸림이 없으면 그게 행복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음 편히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메시지를 날리고 나서 한동안 멍 때리고 있는데, 그가 전화를 걸어와 의외로 밝고 맑은 목소리로 짧게 말했지요.
“그동안 여러 가지 현안과 인수위 활동 결과 등에 대한 일들을 정리했으니 물러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입니다.
말은 그리 했지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테지요. 고등학교 졸업 전부터 공직에 몸담은 그는 고양시 제1부시장으로 일하다 명예퇴임 후, 다시 고양시 제2부시장으로 임명을 받았습니다. 전임 이재준 시장이 일 잘하는 그를 공석이던 제2부시장으로 임명한 것이지요. 그리고 2년 임기가 지나자 다시 임기를 연장 시켰다. 능력 있고 정성을 다해 일하는 걸 인정받은 셈입니다.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부단체장을 바꾸는 게 관례지요. 특히 정당이 다른 경우는 거의 100% 교체를 원한다. 부단체장 입장에서도 직업공무원이긴 하지만, 정당이 다른 단체장과 일하는 건 떨떠름한 일입니다. 직업공무원이 아닌 인구 100만이 넘는 특례시의 임기제 계약직인 제2부시장은 더더욱 그러하지요.
시장이 바뀌자 임기가 남았지만 수원시 유문종, 용인시 정규수 제2부시장이 용퇴한 이유일 것입니다. 비록 임기가 많이 남았지만 이춘표 제2부시장도 같은 생각을 했겠지요. 아쉽겠지만 참 잘한 일입니다.
이천시의회는 지난 10월 25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2년으로 하되, 재임 중, 시장의 임기가 만료되면 기관장의 임기도 자동으로 종료된다.’는 개정조례안을 의결했지요. 시장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켜 공공기관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발생하는 소모적인 인사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소하려는 것입니다. 전국 첫 사례지요.
정부가 2013년 공무원직종개편관련법을 개정할 때, 단체장을 보좌하는 별정직을 단체장 퇴임 시, 동반 퇴직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단체장과 연결된 인연으로 특별 채용된 ‘어공’이 그만두지 않아 생기는 갈등요소를 원천봉쇄한 것이지요.
새 정부 출범 후, 공공기관이 정부의 정책과 철학을 실현할 주요 창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정부와 기관장 미스매치'로 인한 정책 혼선과 갈등 우려가 커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기관장과 임기를 함께 하는 이천시의 조례가 명분 있고 설득력을 얻는 이유지요.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에 이어 도로공사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그들은 임기는 남았지만 ‘새 정부와 코드가 맞는 사람과 일하는 게 맞다’고 했지요. 정권이 바뀐 지 8개월이 돼 가는데도 여전히 자리에 버티고 있는 권익위원장이나 방통위원장 등의 모습은 어떤 이유를 내세워도 별로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물러날 때를 아는 공직자가 참 공직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