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경기도청 자치행정국장으로 일할 때, 김문수 지사 지시로 ‘언제나 어디든지 찾아가 무엇이든 도와 드리겠습니다’라는 ‘도민안방’을 운영했습니다. 전철 한 칸을 임대해 전철을 이용하는 도민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공간을 마련했지요.
관공서는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가야만 한다는 통념을 깬 발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움직이는 ‘도민안방’을 기발한 생각이라고 했지요. 도민안방을 찾은 도민들은 ‘공무원들이 정말 많이 변했다’며 좋아했습니다.
그해 한 해 동안 찾아가는 도민안방은 수만 건에 달하는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했지요. 더 중요한 것은 도민들이 도민안방을 통해 경기도청과 소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원을 해결해주어 고맙다’는 도민의 말보다 ‘경기도청이 먼 곳까지 찾아와서 이야기를 들어주어 고맙다’라는 말이 가슴에 더 와 닿았지요.
삶의 마지막 끈을 놓아 버리려든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한 소중한 일도 있습니다. 48일간의 노력 끝에 노숙자의 누나를 만나게 해주고 우리말을 못하는 중국 교포의 고모를 찾아주었지요.
배관을 녹여 갈증을 풀어주었습니다. 이민 생활을 접고 다시 고국을 찾은 장애인을 취업시키고, 긴급 여권 발급으로 수출계약을 성사시킨 일 등 많은 도민들의 애환을 풀어주었고 지금은 ‘수원역 도청민원실’로 바뀌었지요.
2014년 민선도지사로 취임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도지사 좀 만납시다’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매주 금요일 오전 일정을 비워놓고 도민들을 만난 것이지요. 비서실장이었던 나는 반신반의했지만 임기 내내 도민들을 만나 민원을 들어주었습니다.
실·국장을 대동하고 시, 군을 돌아가며 ‘찾아가는 도지사실’을 운영해 큰 호응을 받았지요. 언론은 물론 중앙정부와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고 남 지사는 대권반열에 올랐습니다.
그 당시, 경기도 행정2부지사였던 김동근 의정부 시장의 행보가 돋보입니다. 남지사처럼 매주 금요일 날, 각 동지역을 돌아가며 ‘현장 시장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지요. 시민들이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공직사회에선 ‘현장을 보면 답이 나온다’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지요. 찾아가서 시민을 만나고 현장을 살펴보면 합리적이고 현명한 답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게 시민들로부터 박수받는 이유일 것이지요.
그는 특히 미성년 연쇄 성범죄자인 김근식이 의정부로 주거지가 확정되자 시민들과 함께 현장을 지키며 결사반대를 외쳤습니다. 그리고 의정부시 역사상 유례없는 ‘도로폐쇄’를 결정하는 결기를 보였지요. 김근식은 다시 구속됐습니다.
그는 이날, 김근식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흉악범 김근식의 출소가 막힌 것은, 의정부시민의 힘과 결기로 이룬 것"이라면서 "언제나 미래의 기둥, 어린이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밝혀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정조대왕은 아버지를 모신 화성으로 능 행차를 나설 때, 억울한 백성들의 하소연을 들었지요. ‘격쟁상언' 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능 행차는 물론 백성과 만나서 소통하기 위해 궁궐을 나섰던 것이지요.
‘찾아가는 도민안방’이나 ‘현장 시장실’도 정조대왕의 뜻과 궤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시민을 찾아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시민과 소통하며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행정서비스라는 생각이지요. 소통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행정은 한 명의 도민이라도 감동을 받고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는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현장 시장실’이 존재하는 이유와 명분입니다. ‘공무원이 고달프면 국민이 편안해지고 공무원이 편하면 국민삶이 힘들어진다’는 말이 있지요.
‘현장 시장실’ 때문에 수고하는 공무원들의 노고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소통을 잘하면 만사형통이라는 말도 있지요.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언제나 시민을 찾아가 소통하고 민원을 해결해주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