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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국립공원 지정, 보물일까? 뜨거운 감자될까.

홍승표 2022. 12. 27. 15:01
얼마 전, KINTEX에서 관광과 MICE업계 취업을 준비생들에게 3년간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경기관광의 5가지 비밀>을 주제로 특강을 했습니다. 취업전선에 뛰어든 젊은이들이 강의를 듣는 눈망울이 빛나고 진지했지요. 강의 후, “경기관광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landmark)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경기도는 지역이 넓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수원화성과 남한산성부터 DMZ(비무장지대)라는 대표적인 안보 관광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딱히 상징적인 대표선수가 없는 게 단점이고 숙제다. 그러나 장차 DMZ 일원이 경기도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생태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지요.

‘비무장지대’로 불리는 DMZ는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남북분단의 현장입니다. 6,25한국전쟁이후 70년 넘는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져 희귀동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寶庫)이기도 하지요. 남과 북 사이 4km 철책구간이 있는 DMZ는 민간인이 살 수 없는 지역입니다. 다만, 휴전협정에 따라 남북이 DMZ내에 마을을 하나씩 두기로 해 대성동과 북한의 기정동 마을이 생긴 것이지요. 두 마을의 거리는 800m로 큰 소리를 지르면 소통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DMZ내에는 북한 땅 개성과 송악산 일원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도라 전망대가 있는데 실향민은 물론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명소지요.

파주시 군내면 소재 '캠프 그리브스'는 미2사단 보병대대가 50년간 주둔하다 2007년 한국 정부에 반환된 곳입니다. 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 거리 임진강 북단에 있지요. 병사 숙소와 생활관, 체육관 등 군 시설이 원형으로 남아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문화적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2016 방영된 인기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배경무대가 되면서 영화와 드라마 단골 촬영지가 됐지요. 영화 '남산의 부장들'(2019),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방생활'(2017), '비긴어게인'(2020) 등 대형 작품에 등장했습니다. 예전 미군 부대 모습 그대로라 보존돼있어 생동감 있는 영상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임진각에서 캠프 그리브스 인근까지 곤돌라가 운행되기 시작했으니 새로운 관광코스로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캠프 그리브스와 도라 전망대, 제3땅굴과 JSA부대, 판문점, 경순왕 능과 허준 묘역 등을 연결하는 DMZ관광은 다채롭지요. 특히 3천종(種)에 달하는 동식물은 자연생태관광자원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분단의 현장이라는 희소성이 가지는 상징성은 해외관광객들에게 필수 관광코스로 손색없는 자원이지요. 새로운 DMZ콘텐츠를 개발하고 잘 보존하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입니다.

정부가 DMZ를 신규 국립공원 대상지로 선정했지요. 정부는 육상 국립공원 면적을 향후 10년간 현재(3천973㎢)보다 1천378㎢ 늘려가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DMZ를 새 국립공원 대상지로 선정하고, 지정 절차 추진에 착수한다지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정부기관인 국립공원공단에서 국비를 투입해 대규모 생태계 복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생태계 보호가 쉬워집니다. 그러나 이 발표에 DMZ 일원의 최대 행정구역을 보유한 경기도와 강원도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나뉘고 있지요. 정부가 사전협의도 없었고 관광 활성화 정책에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지역발전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경기도는 평화누리길,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 캠프 그리브스 활용사업에 연간 100억 이상을 투입하고 있지요. 국가가 지정·관리하는 최상위 공원의 지위를 DMZ가 얻게 된다면 환경유산으로서 브랜드 가치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중첩규제가 적용돼 민간 개발과 재산권 행사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지요. 경기도와 강원도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국립공원화를 추진하면 안 됩니다. 정부는 경기도, 강원도를 비롯한 관련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국립공원화 사업을 추진해야지요. 접경지역에서 최소한의 민간개발을 보장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DMZ국립공원 지정이 지역갈등을 초래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