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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는데, 진짜일까?

홍승표 2023. 1. 9. 15:35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는데, 진짜일까?

 

국장님! 머리가 많이 빠졌네요. 가발을 권하고 싶습니다.’ ‘모발 이식 추천합니다.’.

 

과천과 파주 부시장을 거쳐 4년 만에 경기도청으로 돌아와 인사 담당 국장으로 일할 때입니다. 한 달가량 계속한 인사 작업을 끝내고 8월 월례 조회에 참석했지요. 조회 후, 노조 게시판에 가발이나 모발 이식을 권하는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아마도 대강당 앞줄에 앉아 있던 뒷모습, 더 정확히 말하면 휑하니 머리털이 빠진 저의 뒤통수를 본 직원이 많았던 것이지요. 중요한 탈모 원인의 하나가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파주 부시장으로 일할 때 구제역이 창궐(猖獗)했지요. 그 추운 겨울에 살 처분 작업과 방역초소 근무가 석 달 넘게 이어져 다치는 직원이 속출하는 등 그야말로 사투를 벌여야만 했습니다. 저도 파김치가 된 몸을 추슬러 보려고 보건소에 가 영양주사를 맞아야만 했지요. 이때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습니다. 샤워한 후엔 욕조바닥에 수북하게 쌓일 정도였지요. 그 후, 경기도 인사담당국장으로 와 정기인사작업을 한 것입니다. 아무리 공정하게 한다고 해도 불만이 뒤따르는 게 인사인지라 스트레스에 머리털이 더 빠졌을 테지요.

 

우리나라의 탈모 인구가 남녀 가리지 않고 늘어나 이제 1천만 시대가 도래 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어느 정치인은 탈모와 모발이식 치료비의 건강보험 적용을 공약했었지요. 요즘엔 탈모 현상을 겪는 연령층이 갈수록 낮아져 요즘에는 이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도 탈모증상을 막기 위해 고생하다가 수소문 끝에 충남에 있는 병원을 찾아 약 처방을 받았지요. 다행히 약을 복용하고 머리털이 새로 나는 것까지는 몰라도 탈모 현상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게 약효 덕분인지 스트레스가 줄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머리숱이 많고 적은 건 문제가 아니지요. 그보다는 머릿속에 얼마나 다양한 지식과 경륜이 담겨 있느냐가 훨씬 소중한 가치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머리카락이 빠지고 탈색이 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만큼 경륜이 쌓였다고 생각하면 외려 행복한 일일수도 있지요. 그래도 더는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이조차 너무 집착하면 스트레스가 되겠지요.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짜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없지만 공짜 좋아한다고 다 대머리가 되지는 않지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운이 7, 재주가 3할을 차지한다는 뜻이지요. 일의 성패가 노력보다는 운에 달려 있다는 것이지만, 한글 을 뒤집어 읽으면 가 됩니다. 공들여 정성을 다하면 운도 뒤집을 수 있고 행운을 잡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일이지요.

세상사 뒤집어보면 반드시 다른 면이 있기 마련입니다. 탈모나 모발이식 치료비용의 건강보험 적용 문제도 해당자는 좋겠지만, 혜택 볼 게 없는데도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하는 사람이 생기게 되지요. 건강보험 적립금이 머지않아 고갈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탈모인 치료를 위해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면 반발이 일어날 테지요. 다 취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다른 무엇인가를 내주어야하고 받으면 그만큼 갚아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지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